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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보상이 전부 아니다
2013년 08월 12일 (월) 이유민 노무사 wonjutoday@hanmail.net
   

최근 현대자동차는 노조에게 기존 단체협약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로 사망 또는 중증 장해가 발생한 조합원 가족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특별채용한다'는 조항의 삭제를 요청했다. 이런 요청은 지난 5월 있었던 울산지법의 해당 규정이 무효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울산지법이 밝힌 해당 규정의 무효 논거는 첫째, 고용에 관한 사항은 사용자의 전속적인 권한에 속한 인사권이고, 특히 고용된 이후가 아닌 고용 이전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단협에 규정될 수 있는 사항이라 볼 수 없다는 것. 둘째,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에 대한 보상은 산재나 민사상 보상으로 족할 뿐, 평생 노동의 기회를 대물림하는 것은 사회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판결에 대해 일부 언론은 이기적인 대기업과 노조의 '고용세습 또는 현대판 음서제도' 관행에 경종을 울린 용기있는 판결이라며 보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법과 노사관계 전문가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이번 울산지범의 판단은 쉽게 수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노조 성향이 득세하고 있는 우리사회 현실을 감안한다면 매우 우려되는 판결이라 판단된다.

노조는 이익집단이고 그 활동목적은 조합원들의 이익 극대화이며, 그 이익에는 경제적 이익 뿐만 아니라, 신체적·사회적·생활적 측면의 이익 모두가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회사업무가 원인이 돼 사망하거나 중증장해가 발생해 정상적인 생계와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조합원과 그 가족에게 회사가 금전적인 보상 이외에 특별채용 기회라는 생활적인 이익을 보장토록 하는 것이 인사권을 침해하는 노조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인사권이 사용자 고유 권리라 하더라도 특정 사기업이 노조와의 협약을 통해 인사권 분배를 합의했다면 과연 그런 인사권을 사법기관에 대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사(私)기업 내에서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 등으로 인해 퇴직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 일환으로 법률상의 (금전)보상의무 이외에 그 노동자가 생활을 책임졌던 가족에게 노동의 기회를 부여해주기로 약정하는 것이 과연 반사회적일까? 일례로 우리 사회는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해 경제적인 지원 이외에도 우선 채용이나 가산점 부가 등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이러한 제도는 그 개인과 가족에 대해 사회가 부담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자 예우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범위를 과연 한 기업 내로 좁힐 때에도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현재 그 기업이 기업의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예우보다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이들의 노동 권리까지 고려해야 할 법률적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반사회적 질서 위반'까지 거론한 이번 판결은 반노조적 성향이 득세하는 시류에 편승한 판결로 밖에 판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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