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에 시원한 이야기가 없을까? 아직은 무덥고 축축하지만 곧 화창한 여름의 진수를 맛보게 될 것이다. 마을만들기와 청소년놀이터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I. 좋은 마을 만드는 시작점 됐으면

방학은 아이들은 즐겁고 어머니들은 피곤한(?) 기간이다. 하루 밥 세 끼 챙겨주는 것이 즐거움인 어머니가 있으면 그 분은 가사와 요리에 소질을 타고 난 사람이다. 그런 탤런트를 갖고 있는 분은 제발, 동네에서 마을식당을 차릴 것을 권한다.

방학 때만이라도 이웃과 협력해 몇몇 집이 돌아가면서 밥을 같이 먹을 수는 없을까? 돌아가며 공동식탁을 차리는 것이다. 동네 앞마당에 공동 식탁을 만들면 어떨까? 각 집에서 반찬 하나씩, 자기네 먹을 밥 한 그릇씩 가져 오면 된다. 아파트라면 단지 내 경로당을 활용해 공동으로 솥밥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른 바 커뮤니티 키친이다.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에는 '똑똑도서관'이란 게 있다. 도서관의 실체는 없다. 이웃끼리 다른 집 문을 똑똑 두드려서 그 집에 있는 책을 빌려본다. 오늘은 이 집이, 내일은 저 집이 도서관이 된다. 아이들은 책을 함께 보고, 어른들은 새로운 요리를 배우고, 차를 마시며 읽은 책 이야기를 하거나 밥을 같이 먹는다.

어울려 시장도 보고 리본이나 머리핀을 만들어 아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은 판매까지 한다. 즐겁게 놀면서 수입까지 창출하니, 신나지 않을 수 없다. 요리 잘하는 사람, 손재주 좋은 사람, 공부 잘 하는 사람….

누구든지 자기가 잘하는 것을 이웃에게 가르치고, 서로 배운다. 아이들까지 덩달아 사이좋게 같이 논다. 사람 사는 곳인데 왜 갈등이 없으랴. 문제가 생기면 의제를 놓고 토론을 한다.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말로 표현하며, 문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자리를 가진다.

남편 아내 다 모여 시원한 맥주도 한잔! 주민 사이 서열이 따로 없지만, 주도하는 사람은 필요하다. 공동체 개념을 먼저 가진 한 부부가 자발적으로 시작했는데 호응이 대단하다. 젊은 엄마들이 오랫동안 목말라하던 이웃과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업주부로서 개인이 할 수 없었던 일을 같이 하니 자신감이 생기고, 성과도 좋다. 때때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후원하고 민간단체에서 실행하는 지역사회 관련 대회에 나가 사례발표를 하고, 큰상도 받으니 주민들은 더욱 고무돼 자신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즐겁다. '마을만들기'의 한 사례다. 원주에서도 이런 주민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랑하자. 이번 방학이 마을마다 아파트 동마다 이웃이 힘을 합쳐 살기 좋은 마을을 이루는 시작점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알고 보면 모두가 원하는 일이니,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상상은 즐겁다. 실천하면 더 즐겁다.
　
II. 청소년놀이터 절실해

아이들은 공부하는 시간 외에 어디에서 놀까? 특히 청소년들은 집에서 친구와 신나게 놀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기껏해야 패스트 푸드점인데, 오래 있으면 눈치 보인다. 마트나 백화점 구경도 한 두 번이고, 많지도 않은 공원밖에 갈 데가 없는데, 이 땡볕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눈치 안보고 자기들만의 시간을 확보할 공간은 학교 뿐이다. 그러나 학교는 자율학습 기회 이외에는 좀처럼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새삼스럽게 원주시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청소년관련 시설을 찾아봤다.

청소년시설 3곳, 청소년수련원 2곳, 유스호스텔 3곳, 청소년공부방 4곳이 전부다. 청소년수련원이나 유스호스텔은 단체활동을 위한 공간이니 개별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공부방에서 놀 수는 없다. 결국 청소년들이 갈 곳은 원주시청소년수련관, 원주청소년문화의집, 중앙청소년문화의집 뿐이라는 것 아닌가. 실내체육관, 농구장(풋살), 강당, 회의실, 댄스연습실, 동아리방, 다목적홀, 인터넷·DVD 부스, 열린자료실, 소공연장, 휴게실 등이 구비된 세 곳 모두 접근성도 좋고 쾌적한 공간이지만, 그 규모가 원주시 청소년들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우리 청소년들은 어디서 자신들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을까? 관심있는 시민이 제안한 장소는 일산동 시민문화센터 옆 지하상가 공간이다. 곳곳에 자리가 비어 있는 이 공간을 개조해 청소년 놀이터로 제공하면 어떨까? '놀이하는 인간'의 시대로 들어선 지 오래인데, 우리는 여전히 '19세기의 어른이, 20세기의 공간(학교)에서, 21세기의 젊은이를 가르치려 하는 것은 넌센스' 라는 역사학자의 말이 곱씹어진다. 개성과 창의력이 미래의 키워드인 청소년들의 문화적 욕구를 극대화시킬 기회를 줘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박탈돼 있는 북부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우산동 구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청소년 전용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청소년들이 모이면 먹거리도 필요하다. 아기자기하고 예술감각이 있는 옷집, 악세서리 가게도 생길 것이다.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거리상가도 형성되지 않을까? 미래의 주인공, 청소년!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투자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