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끊이지 않던 강원감영문화제가 결국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해까지 강원감영문화제를 주관해 온 (사)강원감영문화제위원회가 원주시 의견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축제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사단법인인 문화단체가 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이래라 저래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니 개입할 여지도 없다. 문제는 '제32회 강원감영문화제'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강원감영문화제는 원주를 대표하는 지역축제로 2005년 원주치악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또한 강원감영문화제는 원주시가 주최하는 행사이며 행사비 전액을 시예산으로 개최해 왔다. 때문에 특정 문화단체가 임의로 이 명칭을 사용해 축제를 개최할 수는 없다. 굳이 독자적으로 축제를 개최할 생각이면 다른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원주시는 구경만하고 있다. 다만 순력행차에 참가할 관찰사 후손들에게는 이번 행사는 원주시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혹시나 이들이 원주시가 주최하는 것으로 알고 행사에 참석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면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결국은 주관단체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원주시의 무능함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꼴이 됐다. 또한 이번 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행사는 원주시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체에서 단독으로 개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 시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원감영문화제 명칭은 원주시 소유인데 무단으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해 시민들에게 하소연하겠다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주최기관과 주관단체간 갈등은 지난해 축제 당시 주관단체인 강원감영제위원회가 원주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시장을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원주시는 주관단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인적쇄신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려 했지만 주관단체가 원주시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그런데 (사)강원감영문화제위원회는 지난 6월 단체 명칭을 강원감영문화재(文化財)위원회로 변경했다. 명칭을 바꾼 것은 단순히 축제를 개최하는데 국한하지 않고 교육, 연구, 프로그램 개발 등 포괄적 활동을 통해 강원감영의 가치를 계승·발전시키고자 정관을 바꿨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지역 대표축제 명칭으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1차적 책임은 지난해 축제 개최 이후 1년이 다되도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원주시에 있다. 하지만 지역 대표축제를 자신들의 소유인양 함부로 하고 있는 강원감영문화재위원회의 오만함도 지탄을 면키 어렵다.

또한 지난 31년간 원주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지역축제를 파행으로 몰고간 책임은 어떤 이유로도 피해갈 수 없다. 현시점에서 원주시와 강원감영문화재위원회가 할 일은 지역 대표축제 이미지가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