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선(67) 씨는 문막읍 취병리에서 민들레 재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원주시로부터 하우스 지원사업에 선정돼 진밭마을에 하우스 6개동을 지었고, 5개동에서 민들레를 키우고 있다.

나 씨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은 아침부터 마을을 휘젓고 다닌다. 수분보충 상태나 영양상태, 밤새 하우스에서 문제는 없는지 돌아다니며 작물을 관찰하고 부족한 점이 없는지 체크한다.

나 씨는 "행여나 잘못될 까 가슴을 졸이며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다"며 "집에서 산 중턱에 있는 하우스까지 하루 4~5회 왕복하는데 기름값도 꽤 나간다"고 말했다.

2010년 말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번지면서 나 씨가 사는 진밭마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전염성이 강해 누구의 잘못이기 보단 천재지변에 가까웠다. 하지만 원주에서 제일 먼저 구제역이 발병했다는 이유로 마을주민들은 그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주민들 생계도 문제였다. 10가구 중 절반 넘게 소와 돼지를 키웠는데 구제역으로 앞날이 막막해져 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작년 4월 강원도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도농상생포럼이 개최됐고, 마을 소득사업으로 민들레 재배사업을 제안 받아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나 씨는 "민들레 싹이 파랗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흐뭇한지 모른다"며 "민들레로 김치를 만들고 전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축협에서 근무하면서 도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축산농가를 도운 경험이 있다. 이 때문인지 마을 주민들도 나 씨를 응원하며 마을 대소사를 그에게 맡기고 있다. 지난해 진밭마을은 마을기업 사업을 추진했는데 만장일치로 마을기업 추진위원장에 추대됐고, 올해는 주민 대표로 삼성테크윈과 자매결연을 추진하기도 했다.

민들레 농사로 몸은 바빠졌지만 아내 이영희(62) 씨와 옥수수를 재배하는 일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의 재롱을 보는 것도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