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단계택지는 불법광고물 천국이다. 특히 장미공원 주변을 걷다보면 불법광고물들이 차량과 도로를 뒤덮어 무법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명함형 전단을 뿌리는 사람들이 아무 곳에나 던져 놓는데다 운전자들이 차량에 끼워 놓은 광고물들을 거리에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계동 주민센터는 매주 월요일마다 자생단체 회원들과 자활근로자들을 투입해 대청소를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어이없고 소모적인 일인가. 불법광고물 원인 행위자는 가만히 놔두고, 뒷치닥거리나 하는 것은 행정이 아니다. 소위 행정력은 이런 때 발휘돼야 한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방정부는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불법광고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원인행위를 한 사람은 즉시적이고 강력하게 처벌하면 된다.

문제는 원주시가 이 간단한 방법을 알면서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주시는 지난해 벽보, 전단, 현수막 등 불법광고물 1천만개를 수거했다. 하루 평균 2만7천개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원인행위자에 대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은 고작 15건 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불법광고물을 용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주시는 불법광고물을 수거하면 원인행위자가 불이익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하는지 모르지만, 행위자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고 볼 수 있다. 1년에 1천만개에 달하는 불법광고물을 수거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불법광고물을 부착하거나 살포하면 원주시가 수거하는 것을 알면서도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즉시 수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일 원주시가 불법광고물 적발시 예외없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했다면 연간 1천만개에 달하는 불법광고물을 수거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주시가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법광고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광고물 문제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1차적인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용인하는데 있다. 법을 지키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불법행위자 뒷치닥거리 하는데 사용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선진사회 건설은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불법광고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강력한 의지표명과 관련부서 직원들의 소신있는 행정행위가 전제돼야 한다. 문제의식과 소신없이 강력한 단속시 발생할 민원만 두려워한다면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소수의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의 항의보다 말없는 다수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시의회도 조례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원주시가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