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기간 정치인들의 입에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국민통합'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역이나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온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언제 누가 보아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일이 정치적 수사로써 가능한 일이 아님을 현실의 여러 국면이 웅변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우리가 지역의 축제에 눈을 돌려야 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축제는 풀어헤침의 놀이이다. 이는 철저히 노는 일이 전제가 돼야 하는 해방의 놀음이다. 일상생활의 단단하고 지루한 질서를 차단하고 새로운 생명의 태동을 접속하는 변환점을 이루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중이 함께 하지 않는 축제는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나'의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전이하는 변곡점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에는 '하나가 되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는 자기 내부의 필연성이 선재한다. 우리 고대의 영고, 동맹, 무천 등의 축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의식이었다는 제의적 성격을 잠깐 접어둔다면, 연일 주야로 음식 가무를 즐긴 철저한 놀이에서 부족의 통합을 이뤘던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의 젊은 가수가 전 세계를 우리의 막춤판에 끌어들이고 있는 오늘의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 우리 민족 고유의 신명, 그 신바람의 발현임을 생각해 볼 때다.

우리 원주에는 군도제를 비롯하여 치악제, 감영제 등 명칭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해마다 축제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 그 축제들이 원주시민 모두가 몰입하고 융합하는 축제였을까 하는 물음에는 선뜻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다.

축제 관계자들만의 축제, 우리 지역에도 축제가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는 정도의, 편성된 예산의 집행 수단으로서의 축제는 아니었을까? 근년에 시작한 '원주다이내믹페스티벌'이 기존의 축제보다는 시민의 곁으로 한 발 다가온 감이 없지 않으나, 이 역시 축제 참여자의 축제일 뿐, 시민의 축제가 되기에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다.

놀이는 경기와는 달리 상대의 개념이나, 관객과 배우의 역할 분담을 예정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놀이꾼이 될 때만이 진정한 놀이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녕 원주시민 전체가 놀이꾼이 되는 축제는 실행 불능한 일일까?

원주 시민만을 위한 하루, 1년에 한번쯤은 온 시민이 모두 출연자가 되는 놀이판 한 마당, 우리가 펼쳐야 할 축제는 이러한 지향점에서 그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민중의 축제는 전통과 접목되지 않으면 그 생명력을 지속할 수 없다. 전래의 정월 대보름 달집 앞에 펼치던 동네잔치나 지신밟기 놀이의 토대 위에서 축제의 원형을 찾고 이를 재정립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하루쯤 생업을 중단하고, 외지로 통하는 간선도로를 제외한 모든 시가지를 통로의 개념에서 해방시켜 놀이판을 한 번 벌려볼 일이다. 우리의 전통 악기들로 이루어지는 노래와 춤, 특히 농악의 가락이 선도하는 질펀한 춤판, 신명난 시민들이 양은 냄비라도 들고 나와 함께 어울리는, 그러한 축제의 장을 재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축제는 없을 것이다.

공설운동장이나 시민 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먹고 마실 수 있는 간편한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고, 밤새 출연자와 관객 구분 없이 펼치는 하룻밤의 잔치판이 결코 낭비일 수는 없다. 다행히도 우리 원주에는 몇몇 우수한 농악 모임이 있고, 예총이나 민예총 등이 주도할 수 있는 각종 공연 팀들이 적지 않다. 읍면동의 헌신적인 부녀회 또한 건재하다. 생각만 바꾸면 얼마든지 원주만이 펼칠 수 있는 국내 유일, 나아가 지구상에 하나뿐인 축제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우리 민족의 내심에 묻혀 있는 놀이 본능은 '붉은 악마'나 '촛불집회'를 통해 확인했다. 이 신명 속에 원주 시민 모두가 주체가 되는 축제를 지향하는, 이를 주관하거나 기획하는 모든 참여자들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