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구동 건영아파트를 지나 황골 입석대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충렬사 바로 아래 '돌갱이(대표: 김은숙)'라는 목재 간판이 보인다. 주차장 가장 자리로 늘어선 나무들이 맘껏 꽃을 피워 봄 마당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식당에 들어서기 전, 요즘 보기 힘든 올챙이가 가득한 연못이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잡아서 만든 작은 시내가 식당을 크게 휘돌아 흐른다. 드문드문 심은 비비추는 한 여름이 되면 만개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새들이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알록달록한 물감을 칠한 나무 새집이 눈에 들어오고 무엇보다 싯구를 적어둔 목판에 눈길이 멈춘다.

겨우 시선을 거둬 식당으로 들어서면 주변부터 둘러보게 된다. 시를 적어 놓은 정감있는 그림과 손때 묻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흙집 같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앉은뱅이 목재 테이블엔 가족, 친구끼리 모여 앉아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식당 문을 열기 전에 꽃도 심고, 손님 없을 때나 틈 나면 그림을 그리고, 시는 여기저기 다른 사람이 쓴 시 빌려오기도 하고…" 궁금해 하는 눈치를 아는지 김은숙 대표가 먼저 얘기를 꺼낸다. 그래서 돌갱이의 내·외부 인테리어는 사계절 다르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미리 주문한 음식이 속속 나온다. 토종닭을 간장 양념으로 먹음직스럽게 요리한 찜닭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다진 청양고추와 엄나무 등으로 미리 우려낸 육수에 비밀 약초를 넣어 깔끔하면서도 맛깔스러워 자꾸만 손이 간다.

"아이들을 동반한 손님도 있고 매운 걸 못 먹는 사람도 있어 매운맛은 요청에 따라 조절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텃밭에서 뜯은 시금치를 넣는 등 채소를 직접 기르고 있어 믿음이 간다. 부드러운 살코기와 매콤달콤한 양념, 특히 씹히는 맛이 일품인 견과류가 이곳 찜닭의 매력이다.

더운 여름날이면 백숙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쫄깃쫄깃한 식감과 진한 국물은 이미 유명하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나 등산객 등 소문이 빠른 이들은 예약하고 찾는다고. 다들 죽그릇 바닥까지 박박 긁는다. 무공해 채소로 새콤 달콤하게 버무린 도토리묵과 쌉쌀한 오가피순이 입맛을 돋우는데 탁월하다.

음식 나르는 일은 남편 김유용 씨가 맡아서 하고, 주방은 김 대표, 딸 정은 씨는 양쪽 일을 모두 보조한다. 아들내외는 주말마다 부모님 손길을 돕기 위해 이곳에 온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땀과 정성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 바로 옆이 집이다 보니 설 연휴 직후에는 "가게 문 열었냐"고 묻는 손님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기도 한다. 때문에 쉬는날은 딱히 없다.

야외 테이블까지 50석 정도 규모, 오전11시30분에 문을 연다. 메뉴는 오리볶음탕과 오리백숙(4만원), 토종닭으로 만든 볶음탕과 백숙, 찜닭(각 3만8천원), 더덕구이(1만5천원)와 황태구이(8천원), 두부전골(1만원) 등 다양하다. 올 여름 감자전(8천원)에 동동주(8천원) 한잔 하러 다시 들르겠노라고 주인장에게 약속하고 발길을 돌렸다. ▷문의: 7471197(돌갱이)

이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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