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은 평생 간직하는 소중한 보물이다. 졸업앨범을 뒤적이며 학창시절 추억에 잠기곤 한다. 명륜2동 아트디지털사진실 김성태(54) 대표는 30년 동안 사진관을 운영하며 졸업앨범을 제작했다.

1983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김 씨는 친척의 도움으로 사진관을 개업했다. 특히 도내에서 최초로 즉석 사진을 도입했다.

1990년 명륜2동에 터를 잡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등 소득이 낮았다. 김 씨는 "사진관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 사정이 있었다"며 "결혼사진, 가족사진, 입대사진, 졸업사진, 영정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출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금전출납부와 작업일지를 작성하는 일도 빠짐없이 했다. 고객들은 특별한 날에만 사진관을 찾기 때문에 소중한 인연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한다.

IMF 시절 모두가 힘든 상황에도 사진관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김 씨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제가 어려울 때 사진관은 호황을 누린다"고 말했다. 시대 흐름과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2002년 디지털 기계를 구입했다.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고 나서 사진관은 사양길을 걸었다. 90년대 원주에서 70개가 넘던 사진관은 현재 40여개로 줄었다. 김 씨는 "남은 40여개의 사진관 중 90% 정도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천주교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 지학순 주교의 장례식 사진과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증명사진을 찍었다. 김 씨는 "원주에 있는 동안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은 장일순 선생의 증명사진을 찍을 때였다"며 "허름한 잠바 하나만을 입고 편안한 자세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평소 소탈한 선생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사진도 찍었다. 김 씨가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해온 일 중 하나는 읍면지역 학교를 찾아가 졸업앨범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학생 수가 적은 시골 학교는 앨범을 제작하더라도 단가가 낮아 사진관들이 맡기를 꺼렸지만 김 씨는 자발적으로 시골학교를 찾아 나섰다. 학생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졸업앨범에 이름이 틀릴까봐 일일이 확인해가며 졸업앨범을 만들었다.

김 씨는 "평생 한번뿐인 졸업앨범에 이름이 잘못 게재되면 평생 가슴 아픈 상처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27년간 김 씨에게 졸업앨범을 맡겨온 진영유치원 박희순 원장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김 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달까지만 사진관을 운영한다.

김 씨는 "제2의 삶을 위해 다른 직업에 종사하게 됐다"며 "신문, 비디오, 만화방 등 내리막길에 있는 사향산업의 흐름에 맞게 사진관 운영을 과감히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사진관을 방문한 수많은 원주시민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27년간 김 씨에게 졸업앨범을 맡겨온 진영유치원 박희순 원장은 고마움의 표시로 원생들과 함께 하트모양의 사진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