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흥업면 매지리 회촌마을에서 '정월대보름 회촌 달맞이 축제'가 개최됐다. 회촌마을 주민들이 축제위원회를 구성해 개최한 행사인데, 원주시가 추산한 방문객은 약 5천명에 달했다.

마을 입구에 차량을 두고 10분 넘게 고갯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수고로움과 행사장인 회촌 달맞이 광장이 비좁아 번잡한 것 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구, 부산 등 타지역 방문객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방문객이 몰린 것은 올해 21회째 행사가 열리며 입소문을 많이 탄 이유도 있겠지만 프로그램이 알찼기 때문이다.

매지농악, 용줄다리기, 회촌 대동놀이, 강강술래 등 민속놀이와 민요, 해금연주, 판굿, 소고춤 등 전통공연이 어우러지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축제 비수기에 개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원주시는 이 행사에 시비 1천만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원주시가 6억3천만원을 투입했던 작년 다이내믹 페스티벌의 경우 기대를 모았던 댄싱카니발의 하루 관람객은 1천∼2천명에 불과했다. 다이내믹 페스티벌에 원주시는 예산 못지않게 행정력도 집중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회촌 달맞이 축제는 회촌마을 주민들이 프로그램 구성 및 진행과 홍보도 직접 한다는 점에서 적은 예산을 가지고도 매우 성공적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회촌마을 주민들은 축제 준비기간도 축제 분위기였다고 말할 만큼 즐겁게 참여했다고 한다. 축제는 도식화 할 수 없고, 일탈이 강할 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회촌 달맞이 축제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뒤늦긴 했지만 원주시는 축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원주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의 시기 및 예산을 조정하는 역할 등이 축제위원회에 부여될 예정이다. 원주에서 연중 열리는 축제는 다이내믹 페스티벌, 한지문화제, 강원감영문화제, 회촌 달맞이 축제, 섬강축제, 치악산 산나물 축제, 장미축제, 장난감 축제, 부론남한강축제 등이다.

회촌 달맞이 축제, 섬강축제 등 읍면동 축제에 원주시는 매년 1천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행사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똑같이 시비를 지원했기 때문에 이제와서 원주시가 손을 대기는 어려운 입장이다보니 축제위원회에 그 역할이 부여될 전망이다.

축제위원회가 몇몇 인사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인사보다는 외부인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 제대로 비판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연, 혈연 등에 얽히는 지역인사는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부인사의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과감한 수술을 강행해야만 성공적인 지역축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축제는 과감하게 예산을 증액해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키워야 한다. 인구나 경제규모에서 도내 제1의 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춘천 마임축제나 강릉 단오제처럼 내세울 만한 지역축제가 없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