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에 있는 부부의원(원장: 곽병은)이 지난 15일 폐원했다. 지난 1989년 1월 개원한 이 병원은 곽병은(60) 원장과 그의 아내 임동란(60) 여사가 지난 25년 동안 소외계층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폐원을 하루 앞둔 날 환자들이 곽 원장을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노인들의 손에는 이사비용에 보태라며 쌈짓돈이 들려있었다. 곽 원장은 경기도 이천이 고향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전학가 불광초등학교, 대신고등학교, 중앙대학교 의학과,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곽 원장의 아버지는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무료 의료봉사를 다니던 소년원을 계기로 곽 원장의 의료봉사는 시작됐다.

원주에 정착하게 된 건 군 시절을 국립원호병원(보훈병원)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면 곽 원장은 단계동 사랑의 집을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 제대 후에도 당시 수녀 원장의 권유로 가톨릭병원에 근무하게 됐다.

곽 원장은 "학생 때부터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의술이 삶과 하나가 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1989년 부부의원을 개원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원주교도소 의무과장을 겸임했고, 급여를 모아 갈거리사랑촌을 설립했다.

갈거리사랑촌 부지는 곽 원장이 노후에 복지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구입한 곳인데, IMF 시절 노숙자의 증가로 꿈을 앞당겨 실현했다. 곽 원장은 "돈이 많이 들지 않더라도 생활자들이 주인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랬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의료서비스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의 악과 선을 매개체인 '자신'을 통해 순환하며 생명 중심의 의술이라 말로 진정한 의료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부부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25년 전 인연을 맺었던 환자들이다.

환자들도 단골인 셈이다. 독거노인, 노숙인, 장애인, 저소득층, 의료수급권자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제공했다. 전공분야가 통증치료이기에 농민들은 시내로 나오면 꼭 부부의원을 찾았다. 25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하루 평균 70여명의 환자가 방문했다.

사람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건 교도소에서 의무과장을 겸임할 때부터였다. 곽 원장은 수용자들도 똑같은 인격체로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평등하게 진료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 죄가 있는 자와 죄가 없는 자 모두 의료에 있어선 공평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는 "농민들이 땅콩, 고구마, 찐빵, 사탕 등을 건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에는 80세 넘은 노인이 찾아와 양말 한 켤레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역민을 위한 낮은 자세로 환자와 의사와의 장벽을 허물고 곽 원장 스스로 지역주민화 된 것이다. 이윤을 목표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병원들과는 맥락이 다르다.

곽 원장이 정들었던 부부의원을 폐원하게 된 이유는 올해 환갑을 맞이했기 때문. 폐원한 15일은 곽 원장의 생일이었다. 곽 원장은 오는 3월 4일부터 원주의료생협 밝음의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아내와 직원들도 함께 근무하기로 했다. 노후를 즐길만도 하건만 평생 낮은 자를 위해 인생을 바칠 결심을 했다. 곽 원장은 "부부의원은 폐원했지만 우리 부부는 제2의 삶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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