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주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타 도시에 비해 차량 증가속도가 빠른 편이다. 주차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주차공간을 늘리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CCTV를 늘리는 등 불법주정차 단속도 강화하고 있지만 이 역시 주차불편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원주의 주차문제를 심층 진단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기획기사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주차장 현황과 불법주차 실태
② 주차하기 힘들다-원인과 해법은?
③ 건물 부설주차장 있으나마나
④ 주차문화 선진도시 만들자

원주시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차량등록대수는 11만9천여대인 반면 등록된 주차장은 9만2천여면이었다. 약 3만대는 주차할 곳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2012년 말 현재 차량등록대수는 13만1천여대. 등록된 주차장은 12만9천여면으로 격차가 줄었다. 하지만 시간대 별로 따져보면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낮 시간동안 비어있는 아파트 부설주차장.

　
아파트 부설주차장

아파트를 신축하려면 입주민들의 주차를 위해 부설주차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이 개정되기 전 까진 현 실정에 맞지 않은 주차장만 보유하면 됐다. 그것이 현재의 주차문제를 야기시켰다고 볼 수 있다.

작년 10월 이전에 사업승인이 된 아파트는 면적을 기준으로 해 주차장을 만들었다. 85㎡ 이하 아파트는 95㎡ 당 1대의 주차장을 만들게 했고,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75㎡ 당 1대의 주차장을 만들게 했다. 소형 아파트일수록 주차면수가 부족하게 조성됐다.

원주시 관계자는 "현 실정에 맞지 않은 법령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만들어 졌다"며 "면적에 상관없이 세대당 1.3대의 주차장을 만들도록 변경됐다"고 말했다. 법 개정을 통해 신축 아파트의 경우 보다 많은 수의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원주시에는 아파트 983개 동이 있다. 이 곳에 입주할 수 있는 세대수는 7만5천여세대. 면적 별로 나눠 계산했을 때 주차면수는 7만4천여대 정도이다. 한 가정에 여러대의 차량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야간에는 아파트 내 주차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인근 이면도로 주차는 물론 소방도로 주차도 성행하기 때문에 화재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또한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내집 주차장 갖기 사업으로 단독주택에도 주차장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있긴 하다.하지만 사업승인일 기준으로 2003년 이전에 지은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2003년 이전에 활성화 된 주택지구의 경우 주차장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개축할 수도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인근 이면도로까지 통행이 힘들게 되는 것이다.

▲밤시간에 비어있는 시설 부설 주차장

시설 부설주차장

아파트 조성으로 인해 원주시 주차면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실 사용 부분에선 턱없이 모자른 것이 현실이다. 원주시 전체 주차장의 89%가 부설주차장이며, 아파트 주차장이 부설주차장의 65%를 차지하는 것이 문제다. 경제활동을 위해 아파트에서 직장으로 차를 몰고 나가기 때문. 밤시간과 달리 낮시간에는 7만5천여면 가까이 되는 아파트 주차장이 절반이상 자리가 남을 수 밖에 없다.

나머지 35%를 차지하는 부설주차장은 각 시설 건물의 주차장이다. 많게는 100㎡ 당 1대의 부설주차장을 조성해야하고 적게는 400㎡ 당 1대의 부설주차장을 조성하게 된다. 원주시에는 약 4만여면 정도의 부설주차장이 있으며 일부는 기계식주차장으로 조성됐다.

▲ 연접형태로 만들어진 부설주차장. 안쪽 차량이 빠져나가기 위해 바깥쪽 차량이 움직여야 하는 구조다.

원룸은 도시생활형주택으로 분류돼 주차장을 조성하게 된다. 좁은 면적에 많은 주차면을 확보하기 위해 연접주차 형태로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연접주차란 주차면이 인접해서 붙어있는 형태의 주차장으로 밭 전(田)이나 날 일(日) 형태 등의 주차 형태를 말한다.

이러한 주차방식의 문제점은 별다른 통로 없이 출입구가 한 방향에만 있을 경우다. 안쪽 차량이 빠져나가기 위해 다른 차량이 이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허용되며, 연접주차는 5면까지 조성할 수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여러 형태의 연접주차를 허용하고 있다"며 "주차면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용하지 않고 닫아둔 기계식 주차장과 불법주차된 차량들.

기계식 부설주차장

원주시내 기계식 주차장은 90개소가 있다. 개소당 주차면 수는 적게는 2면부터 많게는 타워 형태로 100여면이 넘는 곳도 있다. 이러한 기계식 주차장은 2년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되고 이 때 시설물에 대한 수리 사항을 비롯해 운휴 상태도 확인한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기계식 주차장은 합격할 때까지 추가적으로 정비하고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정기검사를 통해 고장난 경우에 대해 원주시는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정비를 하도록 권고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설물은 이상이 없지만 각종 사유로 인해 운영을 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권고이상의 제재는 가할 수 없다. 이러한 맹점을 이용해 지금도 사용할 수 있지만 문을 닫아 둔 기계식 주차장이 많다.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난이다. 기계식 주차장은 기기 조작을 비롯해 관리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원주시 관계자는 "기기 문제가 아니고 단순하게 운영을 안하는 경우 주차장의 본래기능을 하도록 권고하지만 그 이상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며 경제활동을 위해 차량을 운행한다. 밤시간에는 아파트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고 낮시간에는 일터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다. 낮시간에 가야할 목적지 인근에 주차장이 없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직장 동료들과 번갈아 가며 카풀하는 것도 주차난 해소의 답이 될 수 있다. 경제 운전이 곽광받고 있는 실정에 경제 주차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형 화물차 밤샘주차 이유 있었네

대형 사업용 차량은 공용주차장의 오랜 골칫거리로 꼽힌다. 원주시 관계자는 "사업용 차량은 차고지(주기장)를 조성하게끔 돼 있지만 현행 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 제59조에 따르면 사무실과 주기장은 동일한 행정구역에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특별시와 광역시, 시에 사무실이 있는 경우 연접한 광역시·시·군에 주기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 단서조항으로 인해 원주시에 연접한 6개 시·군 행정구역 어디든지 주기장만 있으면 불법이 아니다.

원주시 관계자는 "원주에 거주하는 사업용 차량 운전자가 충주의 외진 곳에 주기장을 만들어 두고 그곳에서 출퇴근 할리는 없다"며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사업용차량의 밤샘주차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성 기자
sungnews@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