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주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타 도시에 비해 차량 증가속도가 빠른 편이다. 주차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주차공간을 늘리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CCTV를 늘리는 등 불법주정차 단속도 강화하고 있지만 이 역시 주차불편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원주의 주차문제를 심층 진단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기획기사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주차장 현황과 불법주차 실태
② 주차하기 힘들다-원인과 해법은?
③ 건물 부설주차장 있으나마나
④ 주차문화 선진도시 만들자

▲ 원주교오거리. 우측 3차로를 불법주정차 차량이 점령하고 있다(위). 단구동 구곡초교 인근 도로. 차고지 대신 도로변에 주차한 사업용 차량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작년 말 현재 원주시에 등록된 차량은 13만1천246대로 전년도에 비해 1만대 가량 늘었다. 또한 주차장은 9천500여 곳에 조성돼 있으며 12만9천243대를 주차할 수 있다. 통계로만 보면 등록차량 수에 육박하는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원주시 곳곳은 하루종일 불법 주차한 차량들로 넘쳐난다. 불법주정차 적발건수도 하루평균 200건에 달한다. 주차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주차장 89% 부설주차장... 주차수요 공급 불균형

▲ 원주시 주차장 종류별 비율(2012년 말 현재)

주차수요와 공급간 불균형이 초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체 주차장 중 89%가 건설법에 따라 확보한 부설주차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설주차장 중 상당수가 아파트 부설주차장이다보니 차량 이동이 빈번한 낮시간에는 주차공간이 유동차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야간에는 사업용 건물이나 관공서 부설주차장 등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가나 이면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은 차량에 비해 주차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차난이 심각하다.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노상주차장도 활용도가 떨어진다. 원주시에 따르면 무료 주차장은 1만1천300면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상당수는 유동차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뿐만아니라 도심에 있는 무료주차장도 담당할 수 있는 면적이 한정돼 장기주차와 이중주차 등 공급보다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다.
　

▲ 차량등록대수와 주차면수 증가 연도별 추이

원주시는 도심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시유지나 유휴지를 무상 임대받아 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식당 밀집지역은 점심시간에 한해 주차허용시간을 늘려주고 있다. 주말에는 단관근린공원과 종합운동장 인근을 주정차 허용구간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등 주차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불법주정차로 인한 불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계동 AK플라자 인근 봉화로는 상시 불법주정차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AK플라자에 협조공문을 발송했고, AK플라자에서도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계도활동을 펼쳤지만 불법주정차는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K플라자 부설주차장이 900면이 넘고, 인근에 유료주차장이 있는데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운전자들의 주차문화 의식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일로.중앙로.평원로 원주시 주차문화 현주소　

운전자들의 주차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원일로, 중앙로, 평원로 일대이다. 이 일대에서 발생하는 불법주정차 대부분은 상가를 이용하는 시민들이나 상인들이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의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 일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는 1천500면에 달하는 주차장이 있다.

평원로는 길 하나만 건너면 원주천변에 대형 주차장이 있고 중앙시장 등 전통시장 이용자는 1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한 공영주차장이 근거리에 있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다. 수시로 불법주정차 단속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주차장이 조금만 멀어도 불법주정차 하려는 시민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주차하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동차량 밀집 지역에는 공영주차장을 적절하게 조성해 절대적인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하고, 약간 먼거리라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을 보는 주차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속시간 피해 '숨박꼭질'

고정식 카메라 단속 1만3천건

원주시는 고정식 CCTV 37대, 이동단속차량 5대, 견인차량 2대를 운영해 불법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 지난해 단속된 불법주정차 5만여건 중 고정식 카메라에 단속된 경우는 1만3천여건이고, 이동차량을 통한 단속은 3만4천건이 넘는다. 또한 견인차량을 통한 단속이 2천500여건이었다.
　
도로교통법 제2조 24항에 따르면 '주차'란 운전자가 승객을 기다리거나 화물을 싣거나 차가 고장 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차를 계속 정지상태에 두는 것 또는 운전자가 차에서 떠나서 즉시 그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한다.

'정차'란 운전자가 5분을 초과하지 아니하고 차를 정지시키는 것으로서 주차 외의 정지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원주시는 '정차' 불가 지역에 '주차'를 한 경우에도 10분간 유예를 준다. 그럼에도 단속되는 불법주정차가 많고 민원도 잦다.
　
이동단속차량을 피해 숨박꼭질 식의 불법주차도 성행한다. 5대의 이동차량이 일정한 코스를 순환하기 때문에 일부 얌체족들이 지나가는 시간을 파악해 잠시 차를 옮겼다가 다시 불법주차를 하는 것. 원주시 관계자는 "단속코스 시작지점과 방향을 일부러 바꿔 순환한다"며 "이런 방법으로 숨박꼭질 불법주차를 막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