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7일 원주시립교향악단은 시립합창단과 함께 백운아트홀에서 2012송년음악회를 열고 말러(Gustav Mahler)의 교향곡2번(부활)을 1시간30분 동안 공연했다.

그런데 국내에서 말러의 이 교향곡을 연주할 수 있는 악단은 몇 안 된다고 한다. 부천(富川)시향이 이를 품격 있게 연주함으로서 유명해 졌다고 하는데 비전문가인 필자로선 원주시향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지만 아무튼 원주시향이 말러의 부활을 연주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원주시향은 이미 8년 연속 국내 최고시설의 국립 예술의전당에서 초청공연을 했고 올해도 이미 초청을 받아 9년 연속 초청공연을 앞두고 있다.

사실 필자는 예술의전당 초청의 의미와 원주시향의 수준을 잘 몰랐는데 유명 작곡가 강준일(姜駿一,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음악위원)선생을 만나 예술의전당 초청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자체로서 명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선생은 서울음대 재학시절 일찍이 무위당(无爲堂) 장일순선생의 도움으로 원주에서 서울음대 음악캠프(1968~1974)를 주도하면서 서울음악학회(Seoul Musician Academy)를 창립했다. 국내 최초의 전문음악캠프인 SMA는 40년간 유능한 국내 음악인재를 많이 배출한 명문캠프로 알려져 있다.

원주 대성중 출신 임헌정(서울대)교수와 고교시절 강선생으로부터 직접 사사 받은 진광고 출신 정치용(한국종합예술학교)교수 그리고 현 원주시향 박영민 상임지휘자가 모두 SMA출신이다. 이밖에도 현재 원주출신 10여명의 또 다른 SMA출신들이 중견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원주시향은 이러한 지역출신 인재들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다.(무위당 소식지 "무위당 사람들 42호" 필자의 인터뷰코너 '노변정담'에 소개, http://www.muwidang.org).

흔히들 '문화'라고 하면 문학, 음악, 미술 분야 등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떠올리면서 자신과는 무관한 것처럼 여기는데 '문화'는 한마디로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말한다. 즉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세끼 밥만 먹고 살 것인가 농사일도 음악을 들으면서 할 것인가 틈이 나면 영화를 보거나 음악회 구경을 갈 것인가 하는 것 등등 사람마다 취향이 다름으로 개개인과 지역 그리고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갖게 마련이다.

원주시향은 1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공연 때 마다 객석이 차지 않는다. 객석이 만석을 채운일이 한 번도 없다. 지난 송년공연은 무료입장에 합창단과 함께 협연한 웅장한 공연이었지만 객석은 1층도 다 못 채웠다.

인터넷 원주시향사랑 카페를 이끌고 있는 김헌국원장(중앙정형외과)의 시향사랑은 정말 희생적이다. 매 공연마다 공연장 로비에서 자신이 만든 안내문을 직접 나눠 주고 회원들의 입장권을 미리 예약 받는 등 관객 동원에 열성적이며 공연장에서는 브라보를 연호하면서 악단을 격려한다. 뿐만 아니라 매년 예술의전당 초청공연에는 사비로 버스를 대절해 원주 팬들과 함께 원주시향 공연을 원정 관람한다.

원주에는 '문화'를 표방하는 단체와 조직이 여럿 있다. 그러나 원주지역 문화행사는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하다. 특히 문화행사장 주변에는 포장마차가 먼저 나타나기 일쑨데 이래서는 마냥 포장마차 문화(?)에 머물 수밖에 없고 지역의 고급문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도내 춘천과 강릉에도 시립교향악단은 있으나 예술의전당 공연 초청을 받지 못한다. 원주시향은 그들보다 훨씬 격이 높고 또 지역인재도 지속 배출되고 있어 희망적이다. 그럼에도 시향공연에는 관객이 부족하다. 고급문화에 대한 지역의 폭넓은 참여와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원주시향사랑 카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원주 같은 중소도시에서 말러의 교향곡 2번을 공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주시향이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원주시립합창단이 같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 연주를 기획한 박영민 상임지휘자에게 감사를 드리며 우리 원주시민이 연주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답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