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기념물 제242호 까막 딱따구리.

치악산이 생태계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치악산국립공원 175.668㎢에는 곤충 1천478종, 식물 1천46종, 조류 155종, 포유류 34종 등 3천879종의 생태자원을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름치, 까막딱다구리, 참매, 수리부엉이, 수달 등 천연기념물 18종과 산작약, 복주머니란, 구렁이, 큰말똥가리, 팔색조, 담비, 삵 등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32종이 포함돼 있다.
　
멸종위기 동·식물 보존활동 총력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의 생태계 보존 및 서식환경 유지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6종을 발견한 것.
　
지난해 자연자원조사를 실시한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무인센서카메라 18대를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투입해 미확인 종 발굴에 역점을 뒀다. 그 결과 멸종위기종 Ⅰ급 수달을 비롯해 Ⅱ급인 담비, 삵, 팔색조, 왕제비꽃, 산작약을 발견했다. 과거 치악산 일대에 서식했다가 자취를 감췄거나 미확인 됐던 종들이었다.

▲ 치악산 국립공원 사무소 직원이 촬영한 멸종위기 2급 담비.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10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자원조사를 펼친다. 조사 일환으로 금대리, 구룡사, 한다리골, 성남, 부곡 등 18개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해 그동안 기록에서 사라진 종들을 발굴하고자 총력을 기울였다. 멧돼지, 오소리 등과 함께 먹이사슬 상층부에 위치해 있는 담비의 영원사 일대 서식을 확인했다. 담비가 새끼 노루를 사냥하는 영상이 포착됐다.
　
국내에 서식하는 포유류 고양잇과 동물 중 최상위개체에 속하는 삵은 도심공원 최초로 발견돼 의미가 컸다. 학곡리 한다리골 일대에서 발견한 삵은 공원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달의 경우 더 없이 반갑다. 과거 구룡사 일대 계곡에서도 배설물이 발견되는 등 공원 내에 서식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는데 계곡 일대 공사가 진행되며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수달이 횡성 부곡저수지 일대에서 정확히 발견됐다.
　
천연기념물 팔색조의 경우 뜻밖의 사례이다. 팔색조는 해안이나 섬 또는 남부지방 일대 활엽수립에 주로 서식하는 새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나 거제도가 주 서식지이다. 기온 변화에 따라 서식지가 중부내륙까지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촬영에는 실패했지만 곳곳에서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 사향노루, 산양 등의 흔적을 확인해 지속적인 조사를 펼쳐나가기로 했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T/F팀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되고 있다.

▲ 멸종위기 2급 복주머니란. 지난해 절멸되다시피했던 산작약을 발견했던 것도 고무적이다.

　
국립공원 지정 30년… 보존활동의 결과물

치악산국립공원은 지난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종합적인 보존·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는 공원 내 곳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화전민들이 산 속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공원 내 명소로 꼽히는 세렴폭포 일대, 향로봉 일대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곧은치 정상 인근에는 주막거리도 있었다. 때문에 화전민들로 인해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하지만 화전민 이주정책이 진행되고 치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1994년 국립공원이 제공한 조사 당시와 자료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변화의 추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식물의 경우 현재 1천46종으로 과거에는 738종 수준이었다. 조류는 98종에서 155종, 포유류도 28종에서 34종으로 늘었다. 20년 전인 당시에는 지금보다 조사 정밀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비약적인 수치변화를 발견할 수 있어 고무적이다.
　
이용욱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생태담당은 "지난 30년 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치악산 생태계가 대폭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생태계 유지 및 서식환경 보존활동에 만전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생태계 유지 불구 불법행위 여전

▲ 무인센서카메라로 촬영한 무단침입 장면

치악산국립공원 생태계가 이상적으로 유지돼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의식은 부족한 듯하다.
무인센서카메라에는 뜻밖의 영상이 여러 번 잡혔다. 동물들을 발견하기 위해 설치한 카메라에 사람이 발견된 것이다.  카메라는 모두 정규 탐방로 이외에 제한구역에 설치된 것인데 사람들이 무시하고 발을 들인 것.
　
박승기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은 "카메라에 움직임이 포착될 때 빛을 발산하는 데 신기해서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자신의 소행이 밝혀질까 두려운 나머지 카메라를 훔쳐가는 사건도 발생했다"면서 "시민들의 올바른 의식에서 치악산의 생태계가 보존되는 것인데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불법 엽구도 발견됐다. 야생동·식물 T/F팀이 불법 엽구 조사 및 수거, 서식지 조사를 펼치고 있는 데 올겨울에만 올무 30개가 발견됐다. 행여 귀중한 동물들이 올무에 걸려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산나물 및 약초 채취도 문제가 된다. 산작약의 경우 진통, 관절염, 해열, 부인과 질환에 좋다는 소문이 퍼져 과거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멸종되다시피 했다가 지난해 발견됐다.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원주혁신도시 조성사업에 따른 우려도 나타냈다. 원주혁신도시 부지와 치악산국립공원간 거리가 600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주혁신도시 내 공동주택 입주 및 인구 유입이 늘어날 경우 샛길이 생기거나 각종 무분별한 행위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승기 과장은 "원주의 자랑이자 생명과도 같은 치악산은 주민들의 관심 속에서 건강함을 유지한다"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오는 2월 28일까지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밀렵행위, 엽구 설치, 불법 어획행위 등이 적발 시 엄정한 처벌이 내려진다.

박동식 기자  pparong21@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