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는 5년 만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어서 12월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대통령선거가 온 국민이 즐거워하는 축제가 되어야하는데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갈라져 국민이 두 개의 섬으로 나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어떤 분은 낙심하셨을 테고, 또 어떤 분은 대한민국에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고 기쁘시겠지요? 여성대통령이라,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단체 활동을 하는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하고, 여성 정치인이 늘어야하고, 여성의 경제 참여도도 높아져야 함을 주장했던 여성계가 누구보다 기뻐해야할 여성대통령의 당선을 왜 기뻐할 수 없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지금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면 성(性)평등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연례 성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5개 조사대상국 중 한국의 성(性)평등 순위는 108위로 지난해(107위)보다 한 계단 하락했습니다. 한국의 여성 경제참여도와 참여기회 지수는 116위였고, 교육정도 지수(99위)와 건강·생존 지수(78위), 정치력 지수(86위) 모두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 OECD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52.6%로 27위이고, 성별 임금격차는 38.9%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29%로 2위를 기록한 일본과 비교해도 10% 포인트가 높은 수치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는 2000년 40%에서 2010년 39%로 10년 동안 단 1% 개선되는데 그쳤습니다.

이런 통계지표들이 '여성대통령'이란 말을 비웃고 있는데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녀의 공약내용을 보면 성별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체적 약속도, 여성관련 정책도 별로 없습니다. 한 나라의 성 격차를 줄이는 것은 단지 인권과 평등 만이 아닌 경제 효율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WEF포럼 보고서는 말합니다.

오히려 "성 균형이 경제성장과 안정의 근본 요소"라며 "지난 10년 간 유럽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남녀의 고용 격차를 줄인 덕분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 "성 격차를 없애면 선진국에도 엄청난 경제적 영향을 끼친다"며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9%, 유로존은 GDP의 13%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해 포퓰리즘이나 복지 망국론을 주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이지요. 이는 경제 침체기에 빠져있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천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 여성들은 '일자리'와 '폭력'에 대한 불안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원주여성민우회에서 실시한 여성불편도 조사와도 일치하는 결과였습니다. 결국 일자리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박근혜 당성자가 여성을 대변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구호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여성을 대변한다는 것은 단지 여성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고 있는 여성의 삶을 공감하고 바꾸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녀가 집권하는 5년 동안 대한민국 성평등 지표는 더 이상 부끄러운 결과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2013년 대한민국에 여성의 차별 없는 노동권이 실현되고,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게 육아의 공공성이 실현되고, 여성정치인 및 고위직이 많아지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강화되고,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사회가 이루어져서 진정으로 여성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