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전반적인 국내 경기침체로 모두가 힘들게 보내고 있지만 원주만 놓고 보면 소상공인들이 특별히 힘든 한 해였다. 대형유통업체가 올 한해만 4개나 입점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AK백화점, 식자재 유통회사인 베스트코가 그 것으로 소상공인 입장에서 보면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하지만 원주시나 일반 시민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현행법상 대형유통업체가 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쇼핑하기 좋고 가격도 저렴한 대형마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보니 들어오기 전까지는 입점반대를 외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대형마트 고객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지역상권이 몰락하고 지역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주변부로 밀려 나거나 대기업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가 입점하면 소규모 유통업체나 골목가게들은 매출이 감소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업체들은 문을 닫게 된다.

예를들어 대형마트 한 곳이 하루 1억원 매출을 올리면 하루 100만원 매출을 올리던 재래상가 100곳이 문을 닫아야 한다. 평생동안 가게를 하면서 밥을 먹고 아이들을 키워온 우리 이웃들이 졸지에 생계수단을 바꿔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재래상권의 몰락은 강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행법 때문에 입점을 막을 수 없었다면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상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

1차적으로는 소상공인들이 해결해야할 문제이겠지만 그들 스스로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앞장서 방안을 모색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원주시가 전통시장이나 지역상권 활성화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문제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정부나 원주시가 추진한 정책은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나 상인들이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시설을 보수하고 주차장을 만들고, 상품권을 만들어 억지로 구입하도록 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결론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정품목 중심의 특화시장으로 변신한다든가, 전통시장별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대응하는 등 재래상권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특화시켜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정부가 앞장서 선도해야 한다. 상인들에게만 맡겨서는 어떠한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원주시가 방향을 정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래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