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고, 속은 것인가? 지난 11월 12일 원주, 춘천, 강릉 소재 일반 고등학교 평준화 시행을 앞두고 학생 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 보도를 보았다.

문막읍민의 한 사람으로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민병희 교육감은 제1목표인 고교평준화를 위해 걸림돌이었던 문막, 부론지역을 특수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하여 당근을 제시하였다.

부론고는 금융학과와 회계학과 각 20명씩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하고 고졸 학생들의 취업 지원을 약속했다. 즉 제2의 의료고를 만들어 나가는데 돕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론고는 지금 기숙사 신축이 진행되어 2014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문막고는 2011년 2월 강원도 교육감이 문막주민들에게 평준화 지역에서 제외되는 데 따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중학교와 병설로 되어 있는 문막 인문계고등학교 2학급을 단설로 4∼6학급으로 늘리고, 급식소, 기숙사, 체육관 등을 건립하며 전국 단위로 우선 모집하는 것이었다.

이런 지원을 통해서 고등학교를 2014년에 개교하겠다는 안을 제시하며 원주 평준화 지역에서 제외해도 괜찮다는 동의를 해달라고 했다.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본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담당 사무관을 비롯하여 과장, 국장, 교육감, 비선 라인의 협조 등 10명의 고위급 공무원이 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막의 경우 상황이 진척된 게 없다.

사실은 문막이라고 하여 원주시 동 단위와 함께 평준화가 아니된다는 안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의료고의 전신인 문막정보고등학교는 원주권 고등학교에서는 가장 많은 학생이 공부하는 학교였다. 그 당시 대부분의 학생은 시내권 학생들이었다.

지금 평준화하면서 거주지 우선 배정이 아닌 전체 학생을 8개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배정한다면 소초, 태장지역에서 치악고까지 가는 시간이나 문막에서 치악고 가는 시간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렇게 보면 평준화 지역에 문막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여도 결코 무리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막 지역민들은 강원도교육감이 제시한 내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동의를 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2년여 시간이 흘렀고 내년 3월이면 평준화가 시작되는 데 문막에 일반계 단설고 설립은 아무것도 진행되는 것이 없다.

금년 5월 강원도교육청에서 문막읍을 방문하여 약 300억 원이 소요되어 100억 원 이상이면 중앙투융자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그 후 6월에 강원도 교육청을 방문하여 교육감을 면담한 자리에서 다시 투융자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만약 통과가 안 되면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물으니까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게 민병희 교육감의 답이었다.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고 하자 그런 계획을 가진 바 없다는 것이었다. 또 왜 지연되느냐고 질문하자 교과부 투융자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 당초에 제시(2011년 2월)할 때는 투융자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을 몰랐느냐고 물으니 '몰랐다'는 것이다.(이 부분도 후에 거짓임이 확인되었다.

공무원 10여년 근무하면 누구나 다 알만한 사항. 시·도의원 한 번쯤 하면 다 아는 내용이고 민병희 교육감은 교육위원을 2회 역임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강원도 교육청이 그렇게 엉터리 집단이란 말인가? 정리 하자면 원주의 평준화는 내년 3월이면 시작된다. 그런데 문막고 설립은 멀어만 보인다. 부지 한 필지 못 사고 행정 절차가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는 민병희 교육감이 문막 주민들을 무시했거나 가벼이 본 처사이며 더 나아가 원주의 고교평준화를 위해서 문막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기, 기만한 것으로 볼 수밖에 더 있겠는가? 왜 민병희 교육감은 당당하지 못한지 안타깝다.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본인이 한 일이니 본인이 어떻게든 임기 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해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강원 교육의 수장으로써 떳떳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