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2기 한상철 시장은 원주를 어린이가 행복한 도시 '드림원주'를 만들겠다며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어린이공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어린이가 안전한 도시환경 을 조성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도시만족도를 높이는데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이 사업은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원주여성민우회가 원주에 사는 여성 500여명을 대상으로 불편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안전, 육아, 도시생활, 취업 등 생활 전반에서 여성이 느끼는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기 위한 것으로 원주에서는 처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불편하다는 응답이 50%가 넘게 나타났다. 동일한 질문으로 다른 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없기 때문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통계만 놓고보면 여성들에게 원주는 그리 행복한 도시는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지방정부의 책무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중에도 여성과 어린이가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성과 어린이가 행복하다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 약자이고 그들이 행복하면 시민 모두가 행복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주시는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정책에 행정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시설개선과 복지증진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온 취업이나 육아 및 교육분야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개선노력이 요구된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해야할 일은 많은 지방정부 입장에서 보면 여성이나 어린이를 위한 복지증진에만 관심을 갖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남성들 입장에서는 역차별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들어 누구나 흔히 이용하는 화장실의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이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화장실 칸 수 등 수치적 평등은 어느 정도 맞추고 있지만 여성이 처한 조건과 이용행태의 차이를 고려한 평등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과 어린이가 행복한 도시는 그들이 태생적으로 남성에 비해 약자이고 생활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미 원주시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성평등 기본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조례만 만들었지 구체적인 정책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불편을 느끼는 모든 부분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불편을 느끼고 있는 부분만이라도 행정력을 집중해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