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제49회 원주시농업인의 날 삼토문화제가 성대하게 개최됐다. 농업인의 날은 원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 2007년 타계한 고 원홍기 옹이 11월 11일 11시를 농업인의 날로 정하고, 1964년 구 원주군청 옆 원주문화원에서 첫 행사를 개최한 게 시초이다. 11(十一)을 합치면 흙토(土) 자가 된다는 데서 착안했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자철학을 담고 있다.

고 원홍기 옹은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해줄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1996년 대통령령으로 법정 기념일이 됐다. 원주시는 1964년을 원년으로 삼아 올해 49회 행사를 치렀고, 정부는 1996년을 원년으로 삼아 올해 18회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농촌지도자 원주시연합회는 고 원홍기 옹의 숭고한 취지를 기리기 위해 1992년 공적비를 세웠고, 원주시는 2003년 단구동 근린공원에 기념 조형물을 건립했으며, 2005년 고인을 자랑스러운 원주인으로 선정·시상했다. 내년 원주시농업인의 날 50주년을 맞아 한국농촌지도자 원주시연합회는 고인 흉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원주시는 지난 2010년 농업인의 날 행사를 삼토문화제로 전환, 전국단위 행사로 승격시켰다. 전국풍물경연대회, 전국명품농특산물 품평전시, 전국생활농업 콘테스트 등 경연·공모를 전국으로 확대, 원주가 농업인의 날 발상지임을 널리 알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간한 '농정 50년사'에서도 원주를 농업인의 날 발상지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원주는 대한민국 농업인의 날을 태동시킨 주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 원주시는 10여년 전부터 정부에 발상지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2009년 5천만원, 2010년 3천만원, 작년과 올해 2천만원씩 지원했다. 그러나 국비에서 지원한 게 아니라 한국마사회 기금을 지원함으로써 정례적 지원은 외면했다. 게다가 강원도도 도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아 한국마사회 기금을 제외하고는 전액 시비로 행사를 개최해 왔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2007년 11월 11일 원주를 방문했던 임상규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은 당초예산에 반영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2008·2009년 농업인의 날에 각각 원주를 찾은 당시 정승·박현출 농식품부 식품산업본부장은 "장관 약속은 정부 약속"이라며 지원하겠다고 했다.

2010년 8월 1일 원주새벽시장을 방문한 당시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도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정부인사들이 여러차례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마사회 기금을 마치 적선하듯 지원하는 행태에 원주 농민들은 잔뜩 화가 나 있다. 지난 7일 원창묵 시장과 한국농촌지도자 원주시연합회 회원들간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년은 원주시농업인의 날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새정부에서는 원주 농업인들의 오랜 바램이 실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