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체육회원들과 단합대회겸 회원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모처럼 가족들까지 함께하는 야유회다 보니 설레이고 이것저것 신경이 쓰였다. 특히 날씨 관계였는데 하필 그 날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근심이 앞섰다. 그래도 회원 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모처럼의 야외나들이인데 비가 와도 오후4시 넘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음속 깊이 하늘에 기도를 했다. 그리고 무사히 다녀오기를 빌었다.

이것저것 소소한 준비로 신경이 쓰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회원 가족들과 목적지인 하회마을로 향했다. 태장1동을 위해 많은 애를 쓰신 두 전직 동장님도 초청해 동행했다. 출발전 우려와는 달리 오전 날씨는 맑고 따뜻했다. 달리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산과 들에는 한참 절정인 붉은 단풍이 늦은 가을을 보내는 것을 아쉬어 하는 듯 보였다.

이번 야유회 전까지만해도 내가 알고있던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유명한 선비를 많이 배출한 곳이고 하회탈과 고풍스런 한옥 등이 전부였다. 이번 야유회도 우리끼리만 구경했다면 아마 지금도 내가 알고 있는 하회마을은 그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받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문화재 관광은 반드시 해설사와 동행해야겠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받은 첫 인상은 그냥 조금 잘사는 농촌이면서 어릴적 시골동네와도 비슷했다. 하지만 해설사의 설명을 듣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옥 한채 한채가 모두 문화재이면서 집집마다 얽힌 유래와 역사가 있었다.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들이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지키고 해야할 것 등 그동안 몰랐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중요한 것들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처음에는 마을 입구에 걸린 '사법시험 류 아무개 합격' 현수막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해설사로부터 풍산 류 씨의 고향이자 몇 백년을 대대로 이어오는 집성촌이고 그리고 그 후손들이 선조의 뜻을 받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사회 각계에서 성공한 풍산 류 씨 후손들은 자신의 조상이나 고향에 물심양면으로 다시 투자하고 노년에 들어서는 조상이 살던 곳에서 노년을 보낸다니 현재 살고있는 우리가 본받아야 될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덕분에 내 인생관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부모·형제·자식·친척·이웃간 등 너무나 각박하게 살고있는 우리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도 아마 이들의 이런 모습에서 잊고 살아 온 소중한 것들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해설사의 설명으로는 일년 입장료 수입만 십 수억에 이른다고 한다.

내가 살고있는 원주에도 마음을 흔들고 젊은이들의 산교육장이 될 수 있는 '하회마을'이 있었으면 좋겠다. 야유회를 떠나기 전 한 친구는 내게 하회마을에서 하회탈을 구경하고 간고등어와 찜닭, 안동소주를 먹고오면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내가 다녀 온 하회마을은 그 친구의 말과는 달랐다. 볼거리와 먹거리 등 그 어느 것 하나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유회를 마치고 원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반드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다른분들께도 적극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기도가 통했는지 원주로 향하는 버스 차창 너머로 오후 늦게서야 비가 살짝 뿌렸다. 산과 들의 단풍은 아침보다 더욱 빛을 내고 있다. 하회마을은 나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했다. 그리고 내가 살고있는 원주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 원주에도 많은 유명 사찰과 문화재들이 있다.

관광객 유치에 앞서 소중한 지역의 문화자산을 개발하고 원주만의 특색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주를 찾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고 다시 오고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산업과 관광이 함께하는 원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