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주의 핫 이슈는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 재배치이다. 시청 진입로와 단계동 지하차도 등에는 분산배치를 촉구하는 주장을 담은 현수막 200여개가 3개월 넘게 나부끼고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 원주유치 범시민 대책위원회 임원과 원주 출신의 민주통합당 도의원 등은 도청 앞에서 삭발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역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김기선·이강후 국회의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소속 원주시의원들도 대부분 동참하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소속 원창묵 시장을 비롯한 도·시의원과 새누리당 김·이 국회의원 및 시의원들로 양분된 양상이다. 이같은 갈등이 표면화된 건 지난 8월 31일 백운아트홀에서 열린 원주시민의 날 기념식장에서다.

원 시장은 기념사 대부분을 아이스하키 경기장 재배치를 촉구하는데 할애했고, 말미에 김·이 국회의원이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원 시장에 이어 단상에 오른 두 의원은 즉답을 피했지만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인 자리에서 예민한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사태가 번지며 민주통합당 도·시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이 국회의원을 향해 어느 지역을 위해 선출된 의원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김·이 국회의원은 반박 성명서를 통해 민주통합당이 현실성 없는 아이스하키 경기장 유치 문제로 정파간 논란과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김진선 조직위원장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현실성 없는 일에 시민을 볼모로 정략적인 호도를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잘못된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데도 갈등을 봉합할 성숙된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율할 만한 인물이나 사회적 구조가 성숙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이같은 갈등이 원주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양측 모두 한발 물러서고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개정돼야 한다. 원주시의회가 지난 24일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원선거에 대한 정당의 후보자 추천 폐지 건의안'을 채택, 국회의장과 새누리당·민주통합당 당대표에게 전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당공천제가 지방자치 존립성마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아이스하키장으로 불거진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하고 지역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