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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부지에 가로 '숲길' 만들자
2012년 08월 20일 (월) 최재석 한라대 건축학부 교수 wonjutoday@hanmail.net
   

'길'은 한 지점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통로라는 의미도 있지만, 개인이나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이나 지침, 문제 해결방법을 나타내는 등 우리 생활에서 '길'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렇게 '길'이 주는 의미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면도 있다. 먼저, '길'에 관한 공간적 의미를 살펴보자. '길' 앞에 주변환경을 나타내는 이름이 붙어 오솔길, 산길, 들길, 숲길, 골목길, 자갈길, 소로길, 지름길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걷기 열풍으로 지자체에서 너도 나도 '길' 만들기에 열심이다. 제주의 올레길('올레'는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작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라고 한다), 지리산과 북한산의 둘레길, 춘천의 물레길, 공주의 천리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로수가 있는 '숲길'은 우리에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요즈음 같이 폭염이 연속되는 여름에 도시의 열섬(heat lsland)현상을 낮춰주는 효과를 발휘하여 기분좋은 도시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원주시에서도 '걷기 좋은 길' 25개 코스를 개발하여,『원주투데이』에 연속적으로 소개됐다.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단편적인 길의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콘텐츠를 개발하고 주변환경과의 연계성을 갖도록 고민한다면 '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사랑받는 장소로 정착될 것으로 본다.

시민들이 '길'에 관심을 갖고 자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여유와 더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고 일상생활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지면서, 이른바 '볼 것'과 '갈 곳'을 꾸준히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들은 계획을 짜고 시간과 돈을 들여 먼 곳까지 가기에는 제한이 많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주변에서 찾게 된다. 길 중에서 '숲길'은 '볼 것'과 '갈 곳'이 있는 진정한 도시의 생명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지역경제에 기여했던 간현역은 문을 닫았고, 급기야 선로 철거계획이 밝혀지자 주민들은 크게 우려를 표하고 있다"라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얼마 후 원주시 관계자가 이러한 문제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을 방문하여 "간현역 선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 할테니 당분간 보류해 달라"(원주투데이 2012.7.16/7.23)고 요청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중앙선 복선화공사가 계획돼 왔고, 원주구간도 폐선될 수밖에 없는 사전예고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처하고 준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작년에 간현역사는 물론, 철도 노선도 폐선이 되어 많은 시간이 지났다. 폐선이 되고 난 다음에도 활용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한국철도공사의 경고로 결국 시간에 쫓겨 용역이라는 틀속에서 졸속으로 끝나버릴 위험성이 크다.

중앙선 원주 구간은 이미 일부 폐선이 되었고 나머지도 2017년까지는 폐선이 예고되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충분한 검토를 거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폐선이 된 선로를 '숲길'로 재창조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폐선부지를 '어떻게 활용할까'에 몰두하기 보다는 '어떻게 가꿀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면 조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우선 폐선부지에 가로수를 만드는 일이다. 메타세콰이아나 벚나무도 좋고 은행나무도 좋다. 나무가 자란 이후의 폐선부지는 선형(線形)의 녹지축으로서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모여들고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선로변에 심을 나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민들이 개인이나 가족단위로 기념식수를 한다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멋진 가로수 '숲길'을 만드는 전초가 될 것이다. 이미 폐지된 부지든 앞으로 폐지될 부지든 먼저 선로 변에 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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