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지난 2009년 전통산업진흥센터와 원주에너지기술센터를 건립했다. 전통산업진흥센터는 상지영서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원주시가 건립비 75억원을 투자해 상지영서대 내에 지었다. 센터 운영은 대학에 위탁했다.

대신 2010년부터 3년간 매년 8천만원씩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립기반 조성을 위한 마중물이다. 그런데 건립비와 운영비 등 77억4천만원이 투입됐음에도 자립기반 조성은 커녕 이렇다할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산업진흥센터를 건립한 목적은 원주 전통산업인 옻·한지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연구나 사업을 추진한 실적이 거의 없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초기에는 옻 한지 관련업체가 입주해 있었지만 지금은 전통산업과는 관련없는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한라대 내에 있는 원주에너지기술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전통산업진흥센터 처럼 대학이 부지를 제공했고, 원주시가 47억원을 투자해 건립했다. 운영도 원주시가 한라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원주시는 운영비로 지금까지 1억4천5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점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 3년간 원주에너지기술센터가 추진한 사업실적은 연구용역 4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4건 모두 원주시가 발주한 용역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전통산업진흥센터와 원주에너지기술센터는 한강수계기금 사업으로 진행한 것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내에 있는 첨단의료기기벤처센터와 친환경기술센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첨단의료기기벤처센터는 원주를 의료기기산업도시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친환경기술센터도 아직 큰 성과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연구와 사업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대학에 관련학과가 설치돼 있어 연구인력이 풍부하고 센터 건립과 운영에 대학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전통산업진흥센터와 에너지기술센터는 원주시가 한강수계기금이 연세대에 집중되는데 따른 다른 대학들의 불만을 고려해 한강수계기금으로 지원이 가능한 아이템을 만들어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학에 관련 연구인력도 별로 없고, 의지도 없는데 건물을 지어준 것이다. 그렇다보니 영세업체에 사무실을 임대하는 창업보육센터로 전락한 것이다.

전통산업진흥센터와 원주에너지기술센터는 올해 말로 위탁기간이 종료된다. 그러나 대학 내에 건립했기 때문에 재위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운영한다면 달라질 게 전혀없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원주시, 상지영서대, 한라대는 공동책임이라는 인식아래 당초 건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의 대학 구조로 불가능하다면 사업목적을 변경해서라도 예산 투입에 대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