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창묵 시장은 건축사 출신답게 도시미관 개선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는 시민들의 삶의 질 제고 및 도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원주시는 도시미관 개선사업 일환으로 담장 벽화 그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단구동 통일아파트 앞 11급양대 담장이다. 원주시는 지난 2월 제1군수지원사령부, 제36보병사단과 '군과 함께하는 디자인원주 협약'을 맺었다.

협약 골자는 원주시가 물감, 붓 등 재료비를 대고, 군은 미대 출신 장병들이 벽화를 그리는 것이다. 이에따라 11급양대 담장 200m에 벽화를 그렸으며, 현재는 나머지 300m 구간에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군장병들 외에 자원봉사자들이 원주시로부터 재료를 지원받아 그린 벽화도 있다.

최근 완성된 치악초교 담장 벽화가 이에 해당된다. 흥업면 운전면허시험장 벽화 역시 홍익대 디지털미디어학과 학생들이 그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주시는 버스 승강장 벽화 그리기 사업으로 면지역 버스승강장 10곳에 벽화를 그렸다.

이 사업은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완성된 중앙공원 내 야외무대, 북원초교 담장, 1군지사 담장, 원주교도소 옹벽, 학성초교 앞 철교 등에 그려진 벽화도 모두 원주시가 재료비를 지원했다. 사업 별로 500만원에서 1천만원씩 지원됐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 도시미관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사업이다.

문제는 사업에 대한 일관성이 없고, 벽화 주제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11급양대 담장 1단계 사업구간에 그려진 벽화는 24절기와 원주시 상징 등으로 되어 있는데 난해하다는 평가가 많다. 2단계 사업구간은 '걸리버 여행기'를 형상화한 그림으로 1단계 구간과 무관한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벽화 내용은 전적으로 군부대에서 알아서 한 것이다. 북원초교 담장 벽화는 북원초교 학부모회가, 운전면허시험장 벽화는 홍익대 학생들이 '알아서' 그렸다. 원주시는 예산만 지원할 뿐 주제 선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보기좋다는 반응도 있지만 벽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벽화 그리기를 추진한 부서도 도시디자인과, 교통행정과, 명륜2동주민센터 등 제각각이다. 벽화를 총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제각각 추진한 것이다.

조형물을 설치할 경우 원주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 상정해 심의를 받는데 반해 벽화는 이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원주시는 학교 담장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각 학교에 협조공문을 발송한 상태이다. 학교는 권역별로 모두 있는 데다 대부분 담장이 길기 때문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컨트롤타워 없이 제각각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도시미관을 저해할 수도 있어 우려된다. 아울러 원주 역사·문화나 지역주민 정서가 담긴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벽화로 형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