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기에는 식당이라기 보다 작은 공방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15평'. 한 올 머리카락도 내 놓지 않은 두건과 수수한 옷차림이 단아한 권기화 대표.

이렇게 권 대표를 닮아 차분한 가게에는 남편 고진하 목사의 시(詩)와 딸 고은비 양의 그림도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손님이 뜸한 시간 권 대표는 식탁 한 모퉁이에 반짇고리를 올려놓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바늘을 움직인다. 투명한 식탁 유리 아래로 비치는 러그, 허리를 바쳐주는 의자 쿠숀,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발까지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식당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데, 모두 권 대표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한 식당이다. 신들린산나물비빔밥(8천원), 콩수제비(7천원), 콩구마범벅(7천원) 등 메뉴는 딱 세가지지만 어느 곳에서나 흔히 먹을 수 없는, 이곳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비빔밥 주 재료인 산나물은 설악산에서 난 나물로 1년치를 준비해 놓는다.

콩구마범벅에 들어가는 고구마는 단단하면서도 당도가 높은 해남 고구마를 사용하고, 식감이 뛰어난 콩수제비는 유기농 콩을 갈아서 반죽한다. 반찬이며 양념 재료 대부분을 웰빙 농산물만을 취급하는 한살림을 이용하다보니 한살림 직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다'며 자주 찾아온다. 흥업면 승안동마을에 살고 있는 권 대표는 마을이나 가톨릭농민회 도움으로 믿을 수 있는 재료를 공급받기도 한다.

한 가지 재료라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것만을 선택해 쓰다보니 재료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권 대표는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좋지 않은 재료를 함부로 쓰고 싶지는 않다"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먹고나면 속이 편안하고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면서 살고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건강한 외식을 하고 싶은 가족단위 손님이 대부분이다.

음식을 담는 그릇도 음식맛을 내는데 한 몫 한다. 투박하지만 정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스러워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돈다. 큼직한 비빔그릇에 갖가지 나물을 넣고 밥을 쓱쓱 비벼먹는 비빔밥이나, 구수하면서 쫄깃한 콩수제비는 국물에 들어간 향긋한 냉이 향이 잘 어울린다.

불렸다가 삶은 콩과 달착지근한 고구마로 정겨운 맛을 낸 콩구마범벅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옛일을 떠올리며 즐기는 메뉴다. 깍두기 하나도 좁쌀을 넣어 맛깔스럽게 담갔으며, 간간히 떠먹는 된장국도 정성이 가득하다.

자연 또는 야생초에서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권 대표는 그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며 음식에 적용시키고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료준비와 검증을 거치고 나면 원하는 주부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다.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건강한 음식만을 만들기를 원하는 권 대표는 하루치 재료가 다 떨어지면 장사를 끝낸다. 그러다보니 영업시간도 남다른 규칙을 적용시켰다. 월·수·금요일은 낮 12시~저녁6시까지, 화·목요일은 낮 12시~저녁8시까지, 토요일은 낮12시~오후3시까지만 문을 연다. 일요일은 쉰다. 위치는 남원주중학교 근처 초록공원 옆. ▷문의: 763-3815(공간15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