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지난 2007년 도시생태현황(비오톱)지도 제작에 착수해 지난 6월 완료했다. 사업비는 약 9억원이 투입됐다. 원주시는 도시계획조례에 비오톱지도를 반영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지난 상반기 중 원주시의회에 상정하려 했다. 그러나 원주시의회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안 상정을 미룰 것을 요청, 현재 비오톱지도는 책상서랍 속에 있다.

비오톱지도는 원주시가 출범한 이래 단일 건으로는 가장 많은 6천여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의 주된 내용은 비오톱지도로 인해 사유재산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발행위허가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 비오톱 Ⅰ·Ⅱ등급이 전체 면적의 44.6%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림지역은 비오톱지도와 무관하게 농지법과 산림법에 의해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도시지역은 공원법, 자연환경보전지역은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비오톱지도라는 생소한 제도가 등장하자 개발행위 제한 주범이 비오톱지도인양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원이 폭주하자 원주시의회는 개발행위허가 제한에서 비오톱Ⅱ등급을 삭제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의원 입법발의로 상정했다. 본회의에서 투표까지 가는 논란 끝에 부결되긴 했지만 환경단체들은 비오톱지도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후 원주시가 제시한 개정안은 비오톱Ⅰ등급은 개발행위를 제한하지만 Ⅱ등급은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다. Ⅱ등급 토지 중 개발행위면적 1천650㎡, 건축연면적 1천㎡ 미만인 경우 개발행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시민들로부터 제기된 민원과 원주시의회 의도를 반영한 개정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 대로 적용하면 원주시에 연간 접수되는 개발행위허가 300여건 중 약 30건정도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 비오톱지도의 영향을 전혀 받지않은 셈이 된다. 원주시의회가 간담회를 개최한 뒤 조례안을 상정하도록 원주시에 요청했기 때문에 간담회 과정에서 개발행위 조건이 더 완화될 소지도 있다.

원주시가 비오톱지도를 제작한 목적은 친환경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9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도시 전역을 대상으로 비오톱지도를 제작한 이유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보면 도시기본계획에서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시늉'만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다른 활용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있다. 우수한 비오톱은 보전지역으로 지정,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관리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비오톱 유형별로 생태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 및 복원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비오톱지도를 제작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비오톱지도를 왜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