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동네빵집 유지…비결은 '휴머니즘'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로 빵 가게를 운영하면서 30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김철섭(61) 씨는 "30년 동안 내가 손수 만든 도넛츠를 아직도 찾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운영하는 오란다제과는 중앙시장 관광호텔 옆쪽에 있다. 자유시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맡았을 빵 굽는 냄새. 30년 세월의 주인공 오란다 제과다.

▲ 30여년간 향토브랜드로 사랑받고 있는 오란다 제과 김철섭·박민옥 부부.

횡성군 갑천이 고향인 김 씨는 17살 되던 해 제빵공장을 방문하게 됐고, 처음으로 빵 굽는 냄새를 맡았다. 모두가 가난하고 힘들었던 농촌생활이었기에 빵은 먹거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제빵 전문가가 되기 위해 김 씨는 제빵기술자 밑에서 10년을 생활했다. 고된 노동과 기술을 연마하고도 받는 한 달 월급은 고작 30만원이었다. 김 씨는 그래도 좋았다. 밥을 먹지 않아도 빵 굽는 냄새는 식욕을 채웠고, 심장 깊숙이 제빵기술자 꿈을 간직하게 했다.

드디어 10년이 지난 후 김 씨는 꿈에도 그리던 제과점을 차릴 수 있었다. 선배가 운영하던 원주역 앞 오란다제과를 물려받았고, 3년간 장사하다 지금의 자유시장으로 터를 옮겼다.
　제과점을 차렸지만 문제는 많았다. 하루가 다르게 오픈하는 신규 브랜드제과점과 연이은 경기침체, 밀가루가격 상승은 김 씨를 괴롭혔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럴수록 더욱더 웃으면서 일했다.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며 직접 만든 빵을 나눠주기도 했고, 시장골목 노숙인과 행려자들에게 빵을 나눠주며 힘들 시절을 동고동락했다. 김 씨는 "오란다 제과가 대형업체 제과점을 이길 수 있는 비법은 동고동락하는 삶의 자세 즉, 시장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휴머니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란다 제과가 추천하는 메뉴는 찹쌀 도넛츠다. 흥업면과 귀래면에서 직접 농사지은 찹쌀과 최상의 재료를 사용한다. 일과 시작이 방앗간에 맡겨놓은 찹쌀을 가지고 오는 것이라니 열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인 박민옥(55) 씨는 오란다 제과의 마케팅과 서비스를 담당한다. 박 씨는 "제가 하는 일은 남편이 구운 빵에다 웃음을 보태 손님들이 빵을 더욱 맛있게 드시게 하는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아무리 맛있는 빵도 파는 이의 정성이 담기지 않으면 손님이 찾지 않는 법. 박 씨는 손님 말동무와 시장을 소개하는 전도사 역할을 담당한다. 박 씨는 "어느 날이었어요. 밤새워 비가 왔어요. 시장 한 켠에서 젊은 아낙이 아이와 함께 추위에 떨고 있었죠. 남편이 구운 빵을 전해주니 젊은 아낙이 빵을 먹고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됐다며 고마워했죠"라며 빵 한 조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빵 가격은 꽈배기 3개 1천원, 찹쌀도넛츠 3개 1천원, 팥 도넛츠 3개 1천원, 생 도넛츠 1개 500원, 각종 빵 1개 600원이다. 30년 동안 변함없는 가격이다. 김 씨는 "빵에도 철학이 있어요. 바로 인생철학이죠. 빵은 인간이 가지는 배고픔에 대한 본능을 채워줘요. 시장도 마찬가지예요. 시장에서는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 평등해요.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3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이기도 하다.

박성준 기자  ju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