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 전 조합장이 부추 잎을 다듬으며 하우스 농사를 권하고 있다

곽노창(67) 문막농협 전 조합장은 18년간의 조합장 생활을 마치고 문막읍 공영주차장 옆에 자그마한 개인 사무실과 1천300㎡ 규모의 하우스 농장을 마련했다. 퇴임 후 할 일 없이 몸을 썩히는 것보다는 소소한 농사일을 하며 읍민들과 어울리기 위해서였다.

곽 전 조합장은 "퇴임하고 나서 바로 다음날 개인 사무실로 출근해서인지 아직까지도 내가 조합장을 그만뒀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농사를 짓든, 회사에 출근하든 사람은 갈 곳이 있어야 하는데 나도 그렇고 읍내 주민들에게도 그런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어 마련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개인 사무실을 곽 전 조합장은 '사랑방'이라고 부르는데 손님이 오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한 옛날 사랑방처럼, 어르신들이나 일반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값 비싼 온열매트를 설치하고 냉장고에는 막걸리와 맥주, 김치를 채워뒀다. 요즘은 농번기인 데다 곽 전 조합장도 하우스 농사와 논농사로 바빠 하루 2~3명의 손님이 찾아오지만 손님이 찾아오면 손수 라면을 끓여주거나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세상 사는 이야기에 젖는다고 한다.

홍기정 문막읍장이 읍사무소 직원과 함께 사랑방을 방문했을 때도 곽 전 조합장이 라면과 막걸리를 대접하자 홍 읍장이 "이처럼 맛있는 라면은 처음 먹어봤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고. 미소를 잃지 않고 반겨주는 덕분에 읍민들과 친근해 취재 도중에도 안부전화가 계속 울렸다.

곽 전 조합장은 "농협에 있을 때나 사랑방에 있을 때나 다 내 이웃이고, 친구이기 때문에 따뜻하게 대접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랑방에서 손님을 맞는 것 못지않게 하우스 농사를 전파하는 일에도 여념이 없다. 문막농협 조합장 재직 시절 원주시에 하우스 농사 지원을 요청했고, 원주시도 문막읍에 하우스 재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현재 하우스 농사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곽 전 조합장은 "얼마전 퇴임한 지인에게 하우스 농사를 권하니 작은 소일거리에 살맛이 난다고 하더라"며 "지인들에게 농사짓는 즐거움을 소개해 퇴직 후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하고, 강의도 나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 방문객은 "퇴임 후 소탈하게 어울리는 모습이 친근한 이웃이자 진정한 농사꾼처럼 보여 흐믓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