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충(66·원묵회 초대회장) 전 단구초교 교장이 붓글씨로 성경필사본을 완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 전 교장은 정년퇴임한 지난 2008년 9월부터 성경필사에 도전, 3년 8개월만인 지난달 3일 3천여쪽에 이르는 구약과 신약을 모두 붓글씨로 옮겨 쓴 필사본을 완성했다. 글자수만 어림잡아 140만자, 옮긴 종이는 2천여장에 이른다.

"성경필사를 시작한 뒤 새벽 4시50분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10여분간 마음을 가다듬고 매일 성경 한 장씩 정성을 다해 옮겨 적었다"는 그는 "여행을 가게 돼 집을 비우게 되면 미리 써 놓거나 술자리 다음날에는 오후 늦게 쓰더라도 하루 3~4시간씩 필사를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천주교 신자인 오 전 교장은 "퇴임 뒤 무기력해질 것을 염려해 의지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성경을 옮겨 적다보면 하나님 말씀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아 도전을 결심했다"면서 "성경필사를 마친 지금도 성경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는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성경공부를 시작할 생각이다.

성경필사를 하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소개한 그는 "기회가 되면 논어 필사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30여년 전부터 붓을 잡기 시작한 오 전 교장은 1986년 서예를 좋아하는 원주·횡성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의 모임인 '원묵회'를 조직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하는 등 바쁜 교직생활 속에서도 서예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 왔다. 가족은 부인 이정숙(61) 여사와 1남1녀.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