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장동 흥양천. 원주시내에 있으면서도 왠지 먼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에는 문화회관이나 복지회관, 도서관 등을 포함해서 통상 문화시설이라고 부를만한 시설이 없다.

오래 전 부터 지역주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소외지역이라고 하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문화시설의 신축을 포함한 문화적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18일 원주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한여름밤의 꾼'이 흥양천 둔치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열렸다. 이 공연은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과 지역가수, 학생 비보이들의 공연과 함께 즉흥 노래자랑으로 진행되었다.

언뜻 보기에도 정말 순수한 아마추어 공연이었다. 몇몇 실력 있는 지역가수들이 참여 했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던 화려한 공연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참여는 기대를 훨씬 넘어 그동안의 문화적 갈증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민의 문화적 바람을 흡족하게 할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책임감까지 갖게 할 정도로 지역주민 반응은 참 좋았다.

이 공연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올해 초 태장2동 자생단체장을 중심으로 흥양천을 가꾸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흥양천은 태장2동을 양분하며 흐르고 있다. 마치 한 국가의 수도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처럼 그렇게 태장2동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자전거 및 걷기코스가 마련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위하여, 휴식을 위해 찾는다. 이런 흥양천을 가꾸자는 생각들은 늘 있었지만 방법을 찾고자 머리를 맞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선, 해야 할 일은 흥양천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었다. 주민 개인이나 한 단체가 중심이 되어 한다면 어려운 일이겠지만 모든 단체가 참여하여 계획적으로 흥양천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상징적인 표현으로 애완견의 배설물을 주인이 직접 책임지자는 작은 팻말을 흥양천 변에 꽂았다. 그리고 깨끗하게 하는 적극적인 참여활동과 더불어 왜 흥양천을 깨끗하게 가꾸어야 하는가를 각 단체 회원들을 통하여 홍보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이 흥양천에 문화의 꿈을 심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흥양천의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야외공연을 준비하기로 했고, 원주시청 문화예술과의 도움을 받아 흥양천에서 공연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연장비 및 악기에 필요한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전기 분전반을 둔치 인라인스케이트장에 설치할 수 있었다.

공연 컨텐츠는 우선 원주문화재단의 도움을 받기로 하여 5월, 7월, 9월에 '한여름밤의 꾼'이라는 프로그램을 흥양천에서 소화하기로 했다.

5월 18일 마련된 공연은 그 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또한 6월 9일에는 총무과의 도움으로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의 '직장인 밴드 락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 8월에는 북원신협의 도움으로, 10월에는 지역업체 및 자생단체의 도움으로 공연이 마련될 것이다.

공연뿐만 아니라 한여름 밤의 영화상영을 3회 원주영상미디어센터와 함께 계획하고 있다. 이미 야외용 자막을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 거치대를 흥양천 둔치 인라인스케이트장 바로 옆에 마련하여 필요에 따라 자막뿐만 아니라 무대의 배경막이나 홍보용 플래카드를 걸 수 있는 거치대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의미 있는 문화적 움직임은 처음에는 미약할 수 있지만 분명 작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흥양천을 가꾸고 그 공간에 문화의 꿈을 심는 일은 정말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며 감성에 바탕을 둔 꿈의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처음으로 마련된 여러 가지 계획들이 잘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각 공연 주체들이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갈 문화행사에 많은 지역주민들이 찾아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계획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화행사가 크건, 작건 원주시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단체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하며, 빠른 시일 내에 소규모 야외공연장이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지역주민들의 의식 또한 바뀌어서 흥양천과 태장만의 멋과 꿈을 이루어 나가는데, 함께하여 주실 것을 희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