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동 공동화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법원이 지난달 무실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법무사·변호사·행정사 사무실도 잇따라 학성동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검찰청마저 무실동으로 이전하면 학성동은 비어있는 사무실이 넘쳐날 것 같다.

학성동 주민들은 원주시가 도심공동화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이 팽배하다. 시청사가 이전하기 전부터 예견됐던 일들인데 수년이 지나도록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답답하긴 원주시도 마찬가지다.

해결방안이 마땅치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원주시는 전문업체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않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을 앞두고 우산동 공동화 해법 연구용역을 시행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됐지만 예산문제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흐지부지 됐다. 학성동을 포함한 구도심 연구용역 역시 방대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현실화 된 건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문을 연 창원시 창동예술촌은 원주에서도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창동예술촌은 쇠락한 구도심 재생을 위해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 기법을 시도했다고 한다. 상권기능을 재생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빈 점포를 예술촌으로 조성했다.

창원시가 사업비 20억원을 투자해 빈 점포 50개를 임차한 뒤 예술인 50명에게 2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빈 점포는 문화예술품 전시장, 카페, 아트숍, 도예공방 등으로 변신했다. 아직은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전국 각지 예술인들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하니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이미 도시 이미지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학성동 공동화 해결방안으로 공공기관이나 콜센터를 입주 시키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일산동 시민문화센터를 보면 만족스러운 대안은 아닌 것 같다. 시민문화센터는 시청사를 무실동으로 이전하면서 대안적 성격으로 건립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파급효과가 크지 못하다. 학성동 주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상실감은 거리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십년간 학성동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던 성매매업소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슬럼화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구도심 활성화는 원주시가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우선은 도시재생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학성동과 우산동 등이 대상이지만 혁신도시가 들어서고 인구가 더 많아지면 도심재생 문제는 향후 수십년간 원주시의 최대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도 도심공동화 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으는 것은 물론 적극 협조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그동안 도시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구도심 주민들의 상실감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