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낮 기온은 29도를 기록했다. 머리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한낮의 뜨거운 기온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지치게 했다.

봉산동에서 행구동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효성백년가약아파트를 지나자 '봉천막국수(대표: 김규일)'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눈에 띄었다. 마침 점심때도 되고 해서 허기를 달래고자 차를 세웠다.

입구에 들어서니 때 이른 더위가 막국수를 생각나게 했는지 120석 규모의 식당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근 공사현장에서 오전 작업을 끝낸 인부들이 막국수 면발을 들이키는 모습을 보니 입안에서 침이 고였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좋아해 물 막국수를 주문했다. 그런데 메밀전이 전채요리로 나왔다.

식당 주인은 식당을 찾는 모든 손님에게 메밀전을 내주고 있다. 메밀가루와 부추, 김치를 넣어 만든 메밀전은 빈 속을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이어 나온 막국수는 차가운 그릇에 살얼음이 동동 띄워진 육수, 그 위에 메밀면발이 돌돌 말려있고, 계란 반조각과 가늘게 썰은 오이조각, 메밀 싹이 고명으로 얹혀 있었다.

육수를 먼저 맛보았다. 약간 달달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살얼음과 함께 혀를 자극했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사골을 장시간 우려 기본 맛을 살렸고, 사과식초와 동치미 국물로 청량함을 가미했다고 한다.

동치미 국물로 맛을 내는 영동지방 막국수 방식을 주인이 활용했다고 하니 창의성이 돋보였다. 순 메밀로 면을 만들었다는 주인장의 자랑에 입안에서 면발이 뚝뚝 끊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면발에 찰기가 살아있었고, 육수의 깊은 맛과 묘하게 어우러졌다.

봉천막국수는 물 막국수보다 비빔막국수가 주력상품이라고 주인장이 권했다. 동행한 일행이 비빔막국수를 주문했는데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매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갓 1년 지난 식당에서 오래된 막국수 식당에서나 맛볼 법한 음식을 내놓길래 주인장에게 물으니 막국수로 유명한 횡성 마옥리에서 수년간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한다.

막국수 외에도 메밀온면, 찐만두, 편육 등이 있으며 복분자, 메밀막걸리, 생막걸리, 소주 등을 내놓는다. 가격은 6천원선이며, 편육은 1만2천원에서 2만원. 오전9시30분부터 오후9시까지 영업한다. 주차장이 넓다. ▷문의: 747-2070(봉천막국수)

최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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