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원주에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이 문을 닫았다. 지난달 '원주시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 매월 둘째주, 넷째주 일요일은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개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원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중앙시장과 남부시장이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다른 전통시장에서도 문을 닫은 상가들이 적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들에게 강제로 문을 닫게한 이유는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의무휴업일에 맞춰 대대적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기회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벤트는 커녕 문을 열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확인 결과 중앙시장과 남부시장은 정기휴일이 었고 다른 전통시장 내 문을 닫은 점포들도 그동안 일요일에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것이다. 또한 문을 열은 상가들도 다른 때보다 매출이 더 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휴업한다고 해도 전통시장 매출증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상인들 얘기대로라면 전통시장에 도움도 되지 않는데 개인기업에게 강제로 휴업토록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상인들의 판단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막기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고 소비자들도 휴업일에 대비해 미리 구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전통시장이 살아나기를 바라는 정책입안자들이나 의식있는 시민들에 대한 배반이다. 지금까지 정부나 자치단체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상인들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그것 자체만으로 전통시장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떠나버린 고객들을 다시 전통시장을 찾게하는 기회로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조례를 개정할 때부터 이에 대비해 각 시장별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대형마트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이 이벤트에 끌려서라도 한번쯤은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원주시나 원주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조례개정 못지않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들에게 자구노력을 요구했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이 기회를 전통시장 활성화에 비관적인 시각들을 되돌려 놓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원주시 전통시장 상인들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