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하청 관련 소송이 진행된 지 5년여 간의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판결의 요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하청의 방식으로 현대차 내 공장에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으니, 이는 정당한 하도급이 성립되지 아니하고, 불법파견에 해당되므로 『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대차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측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하여 외면해 오다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악한 비정규직 근로조건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 기업체에 만연해 있고, 그 문제의 정도는 심각함을 넘어 경제적 문제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졌다는 데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심각하면 노동관계법 연구자들이 논문을 쓰기 위해서 외국의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고, IMF 총재조차도 '이제 좀 비정규직 그만 좀 써라'의 취지의 조언을 할 정도이다. 원주지역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정규직에 비해 동일한 업무를 해도 60~70%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적은 임금 때문에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로 등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원하는 목표치의 임금에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고용보장 문제이다. 근로계약기간이 3개월 단위부터 1년 단위로 체결되다 보니, '하청업체 사장에게 잘못 보이면 다음연도에 재계약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이러한 두려움을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이다.

본인이 비참하게 당한 비정규직의 설움을 단편적으로 몇 자 적어 보겠다. 원주 문막의 토다이수사(구 이수세라믹)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 일부는 '기타정리'라는 그룹으로 사내하청 회사가 관리하고 있다. 기타정리란 물량이 많으면 사용하고, 물량이 적으면 사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의 노동자들이다. 기타정리의 그룹으로 들어가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해고예비대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노동인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 존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행정관청이나 법원은 이러한 잘못되어 있는 사업방식에 대하여 그 잘못을 인정해주는데 인색해 왔다. 서두에 인용한 현대차 관련 대법원 판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한줄기 희망의 획기적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송건이 무려 3천 건이 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동일한 장소에서 근무하지만, 원청회사 노동자는 사원증을 패용하고 다니고, 비정규직은 정문에 들어설 때 마다 출입증을 패용하고 다녀야 하는 현실. 임금이라는 경제적 이유를 떠나 비정규직 문제도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봐야 할 지금 시대다.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는 생산하는 사람도 되지만, 그 지역에서 생필품을 사고,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먹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저임금 구조에서는 지역발전은 요원하다. 지역에 돈이 돌려면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원주시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체에 적게나마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계획이 시작됐고 원주고용노동지청에서도 권고사항으로 계도하는 등 관공서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여러 사회적인 여건으로 일시적이고 선심성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바, 앞으로도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모든 행정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