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자리를 잡은 초기에는 일에 쫓기면서 생활의 여유를 찾지 못하던 때라 내가 살고 있는 거주 장소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원주에서 생활한지가 10년이 넘어서면서 이제는 내가 살고 있는 원주를 나의 거주지로서 어떤 곳인지를 자주 생각해 보게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거주지는 이제 더 이상 먹고, 자는 단순히 생리적 욕구 충족만을 위한 장소는 아니다. 거주지는 이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제력, 교육수준, 생활수준, 삶의 철학까지도 나타내주는 시대이다. 이에 세계 각국의 도시들과 우리나라의 많은 지자체들은 그들의 장소를 단순하게 살집을 짓고 그저 살게 해 주는 장소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 매력적인 거주 장소, 즉 살만한 곳으로 또는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지역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 사회에서 살만한 곳 또는 살고 싶은 곳으로 소문이 나면 빠른 시간에 사람이 몰리게 된다. 사람이 몰리게 되면 자본이 쫓아오게 되고,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쇄신의 확산을 또한 유발한다. 살만한 곳과 살고 싶은 곳은 지역의 장소적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살만한 곳은 거주자들에게는 좋은 삶의 질을 제공하고 그들의 자산적 가치를 높여주게 되고 나아가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사람과 다른 투자를 끌어 들여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원주가 기업을 유치하고 이곳에서 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자본을 유치하려는 눈물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정책의 성공 관건은 「과연 원주가 살만한 곳이냐 또는 살고 싶은 곳이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살만한 곳과 살고 싶은 곳은 어떤 곳일까? 물론 살고 싶은 곳에 대해서는 문화적 특성에 따라 차이도 있고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살고 싶은 곳으로서 요구되는 기본적 요소의 추출은 가능할 것이다.

그 첫째로 우리의 특별한 교육제도와 교육열이 높은 우리 부모들이 만들어낸 살기 좋은 곳의 정체성인 우수한 교육환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환경 요소가 좋은 거주지 선택요소인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특히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다. 두 번째 요소는 삶의 질과 관련한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는 건강과 환경 지향적 장소 요소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현대인들의 가장 중요한 숙제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생존방식을 찾는 것이며 이 때문에 살고 싶은 곳의 선택에서 건강, 생활편의, 환경의 질을 고려하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건강한 환경과 건강지향적 커뮤니티 시스템 그리고 생활의 편리함이 있는 곳이 바로 살만한 곳이고 살고 싶은 곳이다.

사람과 기업을 불러 모으고 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원주는 이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외부에 적극적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원주는 과연 살만한 곳인가?」또는 「원주는 과연 살고 싶은 곳일까?」에 대해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대답을 먼저 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살고 싶은 곳으로서 기본 요건인 교육환경, 건강지향적 시스템, 생활의 편리성, 건강한 환경 요인들을 잘 갖추고 있어 우리 스스로 만족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아침 운동 길에서 보게 되는 도로변의 온갖 쓰레기들과 불법 주정차 차량들, 무질서한 가로 환경, 난무하는 지역발전 구호들, 1년 내내 파헤쳐지고 있는 도로 시설들…. 이들을 일상으로 보면서 원주는 내가 과연 은퇴 후 살만한 곳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게 되고 또 나는 과연 주위 사람들에게 원주를 살만한 곳으로, 여행할만한 곳으로, 투자할만한 곳으로 추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