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의 혼란스럽던 여정이 끝났다. 결과는 승자와 패자를 낳고, 그들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들을 지지해온 다수의 환호와 비탄 속에 막을 내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선거는 사람을 뽑는 장치로서는 최선의 제도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수월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거짓과 과장도 서슴없어야 하고, 때로는 타인의 허물을 들추고 없는 흠집까지 꼬집어 내야 하는 비열함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상처를 입고, 그로 인하여 편을 가르고, 무슨 일이든지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은 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예는 드물지 않게 보는 우리 주변의 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거라는 장치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직은 이것뿐이라는 우리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가장 큰 덕목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다. 지금까지내 주장만 해왔다면, 지금부터는 같이 경쟁해온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주장을 수용하려고 애쓰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이다. 경쟁하면서 패인 골이 있다면 함께 메우고, 긁힌 상처가 있다면 서로 약을 발라주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때이다.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이, 오로지 그 권력만이 탐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국민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면 그 절차와 과정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함께 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화합할 때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의식해서라도 겉으로 날은 세우겠지만, 궁극은 '원주 시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에 서로의 주장을 수용하여야 한다.

"하늘의 뜻은 여유 있는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우는 일(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이라고 했다. 승자나 패자나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정치를 지향한다면, 당리당략이나 패거리의 유익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당선자들은 두 명으로 늘어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늘 새롭게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4분의 3에 달하는 유권자가 적극적 반대자나 소극적 방관자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적을 달리함에서 오는 원주시정과의 갈등도 늘 경계하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할 일은, 원주시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의 당면과제 앞에서 늘 하늘의 뜻을 먼저 물어보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선거 중반에 터진 '나꼼수' 멤버인 후보자의 '막말 파동'으로 말이 많았다. 그 막말 당사자를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당연히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그 결과 또한 당연한 것임을 부인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그에 대응하는 각계의 반향 또한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세상에는 뒷모습까지도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꼼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행태를 나무라기 전에 그들을 거기까지 내몬 현실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들의 행태도 엄연히 우리 시대의 한 문화라는 사실 앞에 저질이니 고급이니 하는 수식어를 버리고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희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부터 알고 그 바람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 아닐까.

선거 과정에 입은 상처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막말한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가 안수기도를 하던 성직자인 그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들을 온 원주시민이 끌어안아 주는 일, 지금은 그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