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자꾸 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나도 나이를 먹을수록 일이 많아질수록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어머니와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님, 그리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그런 분들이다. 모두 자신의 희생을 통해 자식과 학교와 서민의 삶을 고민하고 실천하셨던 분들이다.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나 남은 추억과 그분들의 사상만 남아 있지만, 늘 마음속에 그리움이 남는다.

20여 년 전 무위당 선생을 처음 뵐 때만 해도 "기어라, 모셔라, 껴안아라!" 라는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취중에 "깨진 놈들 속에 들어가라"고 하시면서 풀 한 포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높이신 이유를 그땐 잘 몰랐다. 그땐 그 말씀들이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으로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무위당의 모심과 살림의 생명공동체 사상을 자꾸 되새겨보게 된다. 이제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원주의 무위당 묘소를 찾고 있으며, 광주, 목포, 청주, 충주, 대전, 전주, 경산, 성남 등의 지역에서는 선생의 수묵전과 생명한마당을 자발적으로 개최하였다.

올 가을에도 세종문화회관과 대구에서 행사가 계획되어 분주한 한해를 보낼 것이다. 최근에는 원주의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배워보고자 탐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기관장 및 지역단체장의 방문도 늘어나고 있다. 선생의 사상을 조용히 공부하고 실천해보고자 했던 일이 이제는 너무 요란해진 느낌이 든다.

왜 사람들이 무위당과 생명공동체 운동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 서민들의 삶이 너무 팍팍해지고, 가족과 이웃의 공동체적 따스함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대기업과 부자들은 점점 부유해졌지만 평범한 서민들과 젊은이들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돈이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삼켜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크게 잘못 되어가고 있고, 이제 한번은 반드시 우리 삶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념적 논쟁의 정치만으론 세상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4월부터 열리는 무위당 학교는 서민들의 삶을 평생 고민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한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을 함께 공부하고자 마련된 강좌 프로그램이다. 그 내용은 지금 앞으로만 달려가는 우리의 삶과 생각이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려는 적극적인 사유와 모색의 장이다.

우리의 행복은 가까운 이웃과 동료들이 서로 아껴주며 격려하는 나눔과 모심의 협동정신에서 나온다는 생명사상을 다시금 깨달아야 할 때이다. 앞으로 무위당 학교에서는 협동, 생명, 생태, 생활실천 등을 주제로 차분하게 함께 공부해나갈 것이다.

이번 첫 강좌는 협동운동과 무위당의 사상을 공부하고자 "원주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시작하게 되었다. 늘 초심을 잃지 않도록 생명의 고향 원주를 위해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