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강원도교육청이 제출한 학군 설정안을 우여곡절 끝에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교육청은 3월 27일 춘천, 원주, 강릉지역 일반고등학교 학교군 설정을 고시하고 2013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20여 년이 넘도록 강원도 교육계에서 최대의 화두였던 고교평준화제도가 다시 도입되었다.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강물을 건너면 산이 가로막고 가까스로 산을 넘으면 또 다른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늘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던 고교평준화제도의 재도입은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었다. 일부 기득권층이 몽니를 부리거나 여론을 호도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을 뽑는 선거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선거에서까지 '고교평준화'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화두로 대두되었고 그 어떤 후보도 감히 피해가지 못하는 지역의 당면 과제였다.

1980년부터 춘천과 원주에서 시작되어 1991년(춘천은 1990년)까지 12년간 시행되며 정착되어 가던 고교평준화제도를 일부 교육 관료들과 특정 세력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비평준화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1990년, 춘천과 원주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거센 저항이 일어났다.

특히 원주 시민들의 저항은 다음 해까지 이어져 결국 춘천보다 한 해 늦은 1992년 신입생부터 비평준화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에 빚어진 고교 입시 과정에서의 파행과 교육 현장의 황폐화, 대학 입시에서 우리 지역 학생들이 받게 된 불이익, 학교 서열화에 따른 학생·학부모 간 불화 등 문제점들을 일일이 열거하기엔 지면이 모자랄 정도이다.

따라서 이미 대다수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며 비평준화로 전환된 바로 그 시점부터 다시 고교평준화로 되돌아가자는 운동이 원주에서 시작되었고, 이것은 춘천과 강릉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한 때 거센 여론에 밀려 고교평준화 재도입이 실현되는 듯 했으나 두 번의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전임 교육감은 끝내 도민들의 염원을 외면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강원도민들은 직선제로 치러진 첫 번째 민선교육감 선거에서 고교평준화와 친환경 급식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민병희 교육감을 새로 뽑음으로써 오래된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고교평준화 제도가 지역의 모든 교육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서열화와 경쟁교육, 교육 소외와 학교폭력,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 침해, 사교육 과열과 진학 문제 등 지역 교육이 해결해 나가야 할 수 많은 과제들을 근본에서부터 하나하나 짚어가며 성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내년에 시행하게 될 고교평준화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첨예한 논쟁의 대립각을 세웠던 이들도 지역의 화합과 교육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일 것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사람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우리 원주가, 그리고 강원 교육이 바로 그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