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지구는 둥글어서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막대기로 꾹 찌르면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이 나온다는 선생님 이야기에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브라질 남부에 있는 꾸리찌바(Curitiba)가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 '존경의 도시' '생태도시' '환경도시' '지상의 파라다이스', 그리고 '웃음의 도시'까지 전세계적 칭찬이 자자하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꾸리찌바와 자매결연을 맺는 것은 물론 전문가를 파견하여 뭔가 배워오려는 의지 또한 대단하다. 그렇다면 그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도시전문가들이 꾸리찌바에서 보고 배운 것은 무엇이며 우리 도시에 적용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의 버스전용차선이다. 서울시의 버스전용차선은 꾸리찌바 전 시장을 초청하여 교통진단을 받아 시행한 첫 케이스다. 원주의 원일로와 평원로의 일방통행도 꾸리찌바의 교통체계가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본다. 그만큼 꾸리찌바의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얼마 전 <원주투데이>에 실린 분수대 조각물 당선작을 보고 적잖이 실망한 적이 있다. 원주에 뜬금없이 분수대는 무엇이고 분수대 안에 설치된 조악한 조각물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매스컴에 '원주 분수대 꼴불견' '분수대 조각물 12일 만에 철거' 라는 글이 실린 것을 보면서, 뭔가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원주 시민의 눈높이는 꾸리찌바 시민 못지않다.

분수(噴水)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부터 더운 지방의 부호들이 정원 내에 분수를 설치하여 시원함을 주고 정원안의 기온을 내리는 효과로 실내조경의 주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후에도 신전이나 공공청사 앞에 분수대를 설치하고 조각물로 멋스러움을 더하여 광장을 찾는 방문객에게는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특히 로마에 있는 나보나광장의 트레비(Trevi) 분수는 오래전 '애천(愛泉,1954)'이라는 영화의 주요한 배경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기술과 컴퓨터의 발달로 분수에 수압과 음악적 리듬을 더하고 색광(色光)을 곁들이는가 하면, 또한 평평한 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다가 순간적으로 물줄기가 사라지는 바닥 분수는 더운 날 어린이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는다. 아마도 없어진 물줄기가 언제 튀어나오나 하는 긴장감을 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솟아오르는 분수이외에 거꾸로 물을 위로 끌어올려 낙차를 이용하는 폭포라든가 벽을 따라 흐르게 하는 벽천(壁泉) 등도 유행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분수를 설치하는 것은 삭막한 도시공간을 분수를 통하여 시원함과 물 자체가 주는 마음의 평온함을 시민들에게 느끼게 하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도시공간의 분수는 도시디자인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분수를 설치하는 것은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기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시원할 수 있지만 겨울에 분수를 본다면 어떨까? 꾸리찌바는 겨울에도 평균 13도 이상인 따뜻한 기후이다.

하지만 원주는 겨울에 영하 15도를 오르내리고, 봄·가을에도 서늘하여 분수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여름 한철로 지극히 짧다. 더구나 분수를 설치한다해도 지면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여, 틀지 않았을 때는 본래대로 기능이 환원가능하다면 모를까, 콘크리트 블록 등을 쌓아 고정시킨다면 오랜 기간 흉물로 남을 수밖에 없고, 매년 그 흉물을 반복하여 봐야 한다. 일년내내 녹음(綠陰)이 짙은 꾸리찌바의 분수대와 원주의 분수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꾸리찌바를 세계적 도시로 만든 전 시장은 '우리는 다른 도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다만 차이가 있다면 시민들을 존경하는 마음입니다'라고 한다. 이런 공감(共感)은 우리에게 아직도 요원(遙遠)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