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집 앞마당에 문지기로 자리 잡은 백목련이 꽃망울을 금방 터트릴 듯 햇살과 입 맞추는 따스한 봄날, 여지없이 고향 생각에 불을 지펴 날이 새곤 한다.

직장때문에 부득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생활하고 있는지라 주말이면 여행길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청량리에서 원주행 열차에 몸을 맡긴다. 으레 행해지는 일이건만 마음은 늘 새로이 다가와 가벼운 흥분을 준다. 이젠 중앙선 일부 복선공사가 끝나 소요시간도 1시간 30분이내의 가까운 거리가 되어 고향 길도 한결 가벼워졌다.

아니 그것보다도 성장판이 닫혀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던 모습을 보인 원주가 이젠 경제와 성장, 청정 환경과 삶의 질 측면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현실이 원주에서 태어나 성장한 나로서는 대단한 위안이며, 기쁨이다.

더 이상 변화할 것이 없을 것 같았던 원주의 성장판을 다시 열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은 무엇일까? 그저 순둥이, 착한 사람으로만 여겨졌던 원주시민이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난관을 헤쳐온 결과 성장 클러스터로 의료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로서 변모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고향 원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무궁한 성장가능성, 경쟁력 갖춘 기업여건, 잘 발달된 교통 환경, 훈훈한 인심, 그리고 주변의 뛰어난 자연 경관 등 어느 요소 하나라도 타도시에 뒤처지는 것이 없으니 살만한 도시가 아닐까?

서울에서 5일간 근무하다가 가벼운 짐을지고 원주행을 일삼는 나의 행태는 어쩌면 고향이 아니라도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고향을 떠나보면 고향의 풀섶, 산과 들, 그리고 시냇물조차 그립다. 예로부터 고향을 애타게 그리워 시인, 묵객들은 절절한 향수를 표현하지 않았던가.

시인 이육사는 청포도에서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이라는 싯귀를 통해 그리움을 노래하였고, 옥천 출신 시인 정지용은 향수에서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라고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지 않았던가.

내 고향 원주는 고향이라서 그리워도 하지만 자연 풍경과 사람에서 묻어나는 정취로 더욱 그리움을 토해 낸다. 순박한 고향사람의 오가는 다정한 대화에서, 때로는 이웃일을 내일처럼 관심과 걱정으로 다가가는 배려의 마음에서 출향민들은 지친 육신과 영혼을 고향을 통해 달래기도 한다.

명품을 향해 정진하고 있는 내 고향 원주!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사업이 일정에 맞춰 추진 중이고, 시가지는 낡은 옷을 벗고 새옷으로 단장하기 위해 한창 공사중이다. 물론 통행에 다소 불편도 하지만, 아름답게 다가 올 미래의 모습을 보면 모든게 행복하게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력은 쇠잔해 지고 그럴수록 찾게 되는 고향.아니 힘이 들어도, 고단하여도 찾게 되는 고향. 오늘도 그리운 고향 원주는 치악산 보은의 꿩을 가슴에 품고 어여쁜 님 날 기다리는 듯 반가이 맞이하고 있다. 이젠 한결같은 고향에 그리움만 쏟을게 아니라 사랑을 총총히 지펴 더욱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고향으로 가꿔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