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연일 정치와 관련된 뉴스들이 나오고, 각 당에서는 다양한 후보들이 공천되고 있다. 평범한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국민을 위한 올바르고 깨끗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보도되는 온갖 소식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올바른 정치를 세우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성희롱과 성추행에 연루된 후보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한 당의 후보는 자신은 성추행과 관련 없고 정치적 모략일 뿐이라며 삭발까지 했는데, 그 다음 그 후보와 불륜관계였다는 당사자 여성이 기자회견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성희롱 발언으로 문제가 되었던 한 의원은 자신의 입지가 없어지자, 근거없이 다른 사람에 대해 탈세했다거나 자녀가 병역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등의 허위 공격으로 언론을 타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반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또한 어김없이 나타나는 철새 정치인의 행태도 문제이다. 공천이 안 됐다고 당을 옮겨 자신이 직전에 소속되었던 당 대표에게 연일 모욕적인 공격을 해대는 이도 있고, 정해진 약속을 깨고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하는 후보들도 매일 늘어나고 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들은 자신의 부끄러운 면을 먼저 보기 보다는 남의 잘못을 과대포장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정치권 인물은 아니지만 최근 드러난 언론사 사장의 행태도 이 대열에 함께 서 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율성과 공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에 기대어 언론사 사장이 된 이 분 체제에서 언론의 비판 정신과 기능은 사라져 버렸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해고되거나 자리를 옮겨버렸다고 한다. 참지 못한 언론사 구성원 거의 대부분이 단결해 한 달 이상 제작을 거부하는 어려움을 무릅쓰면서 물러나야 한다고 하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그 와중에 드러난 법인 카드 사용의 개인적 행태를 보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분이 언론을 책임진다고 할 수 있는지 분노가 느껴지기도 한다.

부끄러운 일을 한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이다. 맹자의 사단설(四端說)가운데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옳음의 극치'라는 말씀이 있다. 바로 수오지심 [羞惡之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은 부끄러움을 알기 보다는 모든 잘못된 일의 증거가 드러나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거나, 나보다 더 한 사람도 있는데 나 정도면 뭐가 문제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실종되면 옳음도 실종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면 어떻게 다시 '정의'를 세울 수 있을까? '수오지심'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 뿐만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에 대해 증오하고, 분노할 줄 아는 마음도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제 정치의 계절에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부끄러운 일에 분노하는 국민의 마음과 판단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점점 개인화되어 가고 있고, 나에게 직접 피해가 오는 일이 아니라면 상관없다는 태도도 만연해지고 있다. 따라서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 드러나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옳지 못한 결정과 판단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게 된다. 불의는 불의를 낳고, 결과적으로는 내 삶을 피폐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새삼 다음의 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우리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일에 대해 분노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지혜로 정의를 세울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