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택·진경숙 씨 가족은 아이들의 제안으로 한 달 전 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조원희, 엄마 진경숙 씨, 조환희, 조민

자녀를 둔 부모라면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 아이의 교육문제일 것이다. 내아이 만큼은 바른 아이, 똑똑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일 것이다.

근래들어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주목받고 있는데 공교육을 대신하는 홈스쿨링으로 교육한 아이들이 성공한 사례가 소개되면서 교육법도 관심을 받고 있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이들을 가장 잘 아는 부모가 선생님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홈스쿨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우리지역에서 조금씩 진행되는 홈스쿨링 교육법을 알아봤다.

구체적인 스케줄 만들어 매일 체크

원주시 단구동에 사는 오섬주(13) 양의 부모 오영환(40)·임정애(40) 씨는 지난해 말부터 딸아이를 홈스쿨링으로 교육시키기로 결정했다.

처음 시간표를 짜면서 빼곡한 일정 때문에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정해주는 일방적인 시간표 대신 딸의 특성을 살린 시간표를 만들었다는 즐거움이 컸다. 어머니 임정애 씨는"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또래집단에서 받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보고 홈스쿨링에 대한 마음을 굳혔죠. 또 학교 교육이 인성 보다는 학업에 치중하다 보니 학교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로 아이에게 흡수되는 양이 적은 것 처럼 보였어요."

홈스쿨링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케줄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매일매일 체크하는 일이다. 단기와 장기 계획을 아이와 상의해 정하고 이렇게 만든 계획을 스스로 완성하게 하는데 주안점을 둔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아버지 오영환 씨는 "청소년기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지만 진로에 대해 크게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보기 쉽지 않았어요.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자기 삶을 계획하게 하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공교육보다는 홈스쿨링이 대안이라 생각했고 부모와 같이하는 교육을 통해 올바르게 신념이 세워지면 신앙에 대한 믿음도 더 깊어질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섬주 양의 시간표에는 영어 수학보다 독서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학과 공부에 밀려 제대로된 독서를 해주고 싶었던 터라 매일 한 두권씩 읽는 독서시간을 갖게 했다. 나머지 수학과 영어와 같은 기초과목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배우고 예체능은 학원이나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모든 생활 가족 중심 가장 큰 장점

한 달 전 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한 조성택(45) 진경숙(45) 씨 부부는 아이들이 먼저 홈스쿨링을 제안했을 정도로 아이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4형제 가운데 홈스쿨링을 시작한 원희(14), 세희(12)는 매일 시간표를 정해 놓고 정규학교와 같이 시간을 정해 과목별로 부모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수업은 오전8시40분부터 시작해 1교시와 2교시를 지나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시간 동안은 휴대전화 등 개인활동은 스스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스스로 원주권 홈스쿨링의 선구자로 불리길 원한다는 원희 군은 "저는 홈스쿨링이 무척 효율적인 교육법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때만 반짝하는 공부가 맘에 들지 않았어요. 제가 바라는 공부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죠. 한 달 가까이 홈스쿨링을 했는데 만족도도 높구요. 특히 부모님과의 대화가 많아져서 친밀감이 한층 더 많아졌어요."라며 홈스쿨링에 대한 느낀 점을 담백하게 이야기 했다.

홈스쿨링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생활이 가족 중심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있다. 홈스쿨링을 시작한 가정들은 현재 공교육 제도 아래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에게 집이 먹고 자는 하숙집 비슷한 역할만 하는 점을 비춰볼 때 홈스쿨링은 현대 교육의 폐해를 줄이고 아이들의 가장 큰 스승이 부모라는 옛말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머니 진경숙 씨는 "홈스쿨링을 하면서 아이가 소화하는 공부의 양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 부모와 함께 일대일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져서 기초과목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져서 저와 아이 모두 만족합니다. 그리고 몰랐던 내 아이의 생각이나 생활습관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기초과목 EBS 등 인터넷 강의 활용

홈스쿨링을 받아들인 부모들은 홈스쿨링이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일조한 것이 인터넷이라고 설명한다. 기초과목은 EBS를 포함해 인터넷 강의로 학업을 진행할 수 있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학업 계획표는 홈스쿨 지원단체 도움을 받으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원주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가정들은 매월 한차례 모여 정보를 주고 받고, 아이들의 성취도 등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으며, 참여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에게도 언제든지 문을 열어놓고 있다.

홈스쿨링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를 넘어서'라는 책을 쓴 미국의 존 홀트(John Holt)라는 교육개혁가를 최초 제안자로 보고 있다. 책 발간 이후 '학교 없이 하는 교육'이라는 회보를 펴낸 뒤 유사한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집에서 교육하는 홈스쿨링이 처음 표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홈스쿨링이란

홈스쿨링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유타주의 한 농부가 종교적인 이유로 홈스쿨링을 주장하며 경찰과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공교육의 교육방법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 되기 시작했다. 홈스쿨링을 시작한 부모들의 노력으로 1985년 합법화가 됐고, 매년 10~15%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미국에서는 교육관계자가 해당 가정을 방문해 교육실태를 확인하는 조건으로 홈스쿨링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의 홈스쿨링은 1999년 도입된 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의 홈스쿨링 가정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한해 평균 10만명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학교를 이탈하는 것을 보면 가정 내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홈스쿨링이 확산되고 있다는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학부모들에게 홈스쿨링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2006년부터 인하대에서는 홈스쿨링에 대한 취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홈스쿨러를 위한 입학사정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검정고시 성적이 20%만 차지하고 나머지 홈스쿨링을 하면서 진행하는 현장학습 보고서가 50%, 면접은 30%를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