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어떤 도시인가. '다이나믹 원주!' 브랜드 슬로건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운조루는 전남 구례에 있는 대표적 양반가 고택이다. 이 집엔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네 글자가 적힌 쌀뒤주가 있다. '다른 사람이 열어도 된다'라는 의미이다.

쌀이 필요한 사람은 아무나 뒤주에서 쌀을 퍼 갈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인지 민란이나 빨치산 난리 통에도 마을 사람들은 고택이 불타지 않도록 지켰다. 이를 두고 이웃과 공존하려는 '나눔의 정신'이 진가를 발휘한 사례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브랜드라는 관점에선 이렇게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운조루라는 집은 마을에선 '인심이 좋은 집'이라는 브랜드로 통했고, 이는 다시 '타인능해'라는 슬로건으로 잘 표현됐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운조루가 불타버린다면 마을이 가진 정신이 불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 분야의 석학인 데이비드 아커는 "슬로건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브랜드 자산을 증대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나이키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이키를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로 만든 1등 공신은 바로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처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슬로건이 우리 원주시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다이나믹 원주'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이해하고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행정과 경제에 있어 우리시는 '역동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원주의 이미지 때문에 명품백화점이 들어오기로 한자리에 대형마트가 슬그머니 들어와 소상공인과 재래상인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어느 한 부서 나서지 않는 모습에 분통을 터트릴 수 밖에 없다. 올해부터 원주시는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기업유치도 힘들어 지고 땅값도 올라가 모든 조건들이 좋지 않다는 핑계대기에만 딱 좋게 되었다. 우리 손으로 국회의원을 2명 뽑는 원주.

분구가 늦어지면서 원주를 많이 알릴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도 있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원주하면 무엇을 떠 올리겠는가. 원주하면 수도권사람들은 서울에서 엄청 먼 거리에서 감자, 옥수수만 먹고사는 줄 알고 있고 서울에 오려면 몇 시간을 고생해서 일찍 왔다고 반기곤 한다.

원주는 다이나믹 원주인만큼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사통팔달의 도시라면서 동서울터미널이 실패작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많은 배차수와 유동인구를 생각할 때 과연 그 흔한 광고판하나 눈에 뜨이지 않는 다면 원주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원주시내버스가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일들이 이루어 져야 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당장 생계를 고민하는 많은 시민을 위해 개발의 단계를 적절히 조절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기업에 적용되던 브랜드의 개념을 도시 차원으로 확대한 것은 도시의 품격을 높여 보겠다는 취지였다.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발굴하고 찾아 시정 자문 역할을 하게 해야한다. 그런데 시는 과연 그런 일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LH공사에서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혁신도시공사현장에서 신석기 유적이 출토 되었다. 시민단체에서는 유적지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전통이나 신화라 이름 붙여진 것들을 그냥 옛것으로 단정 지으면 안 된다.

보은의 도시 원주가 아닌가. 꿩의 설화가 깃든 원주를 현재의 브랜드나 슬로건과 잘 조화를 이루게 한다면 그것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준비를 위한 인프라 개선 등 장기적이고 다양한 방안이 준비 되어야 할 것이다.

원주역에서는 수도권 전철연결을 준비하면서 꿩빈(인기탤런트 원빈을 상징)역장을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활용한 먹거리장터 개설을 준비하는 등 원주 곳곳에서 원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원주시를 한 두 마디로 설명할 마땅한 슬로건 전략부터 변변치 않다면 도시 브랜드는 당분간 쉽게 높아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