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할 일은 많고, 요구하는 곳은 끊이지 않는 것이 지방자치단체 살림살이다. 연말이면 각 부서마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계획을 수립하지만 예산에 편성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 인건비 등 반드시 편성해야 하는 예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국비지원에 따른 매칭펀드로 세워야 하는 복지예산이 증가하면서 자치단체장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예산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기반시설이나 시설공사 비중이 높으면 시민생활이나 문화예술 등 당장 시급해 보이지 않는 분야는 예산을 늘리거나 신규사업을 추진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다행히 원창묵 시장은 취임 이후 기존에 추진되던 대규모 건설사업들을 중단하는 등 시설공사 예산을 대폭 줄이고 문화예술과 복지예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띠는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단체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예산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라는 점에서 분명한 색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문제로 떠오른 문화예술지원사업 예산은 시급히 증액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주 원주문화재단은 2012년 문화예술지원사업 지원대상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런데 지원대상 선정 결과를 놓고 문화예술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단체나 예술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원신청은 185건에 6억여원에 달하는데 지원대상은 81건에 1억8천만원이니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문화예술지원 사업비가 도시규모가 비슷한 춘천시(4억5천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데 있다. 문화예술 활동을 진작 시키는 것은 시민 만족도뿐 아니라 도시 수준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예산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단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또한 노인들을 위한 예산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다. 원주시 노인인구는 3만6천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노인관련 예산이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권역별 노인문화센터를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부시장 노인문화센터가 문을 연지 6개월만에 포화상태라는 것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노인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주시는 도시발전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도시건설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원주시나 시의회가 예산 우선순위에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예산 운영이 가능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