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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 강원지부
"배우고 가르치며 행복 나눠요"
2012년 02월 27일 (월)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울 회원님들의 열성적인 콩 농사로 인하여 콩 농사가 풍년이 되어 컴퓨터 본체 3대를 교육장에 설치하였습니다. 콩 농사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귀찮고 어떤 때는 제대로 콩이 안 받아질 때도 있는데 울 회원님들의 정성어린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해비빈으로 컴퓨터 구입했어요"
위에 있는 글은 인터넷 네이버 카페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 강원지부'에 들어가면 '공지사항'에 올라 있는 글 일부다.

이 글을 읽고 "해피빈이 뭐지?" "콩 농사는 또 뭘까?"라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포털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해피빈'은 '온라인 기부 수단'이라고 보면 된다.

메일을 보낸다거나 블로그와 카페에 포스팅을 하거나 그 안에서 활동하면 그 활동 양에 따라 콩을 지급한다. 콩 한 알은 100원 가치로 적용되는데, 현금으로 받을 수는 없지만,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대부분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활동하고 있는 (사)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회장: 김수업, 이하 정보통협) 회원들이 한 알에 100원 하는 해피빈 콩을 작년 2월부터 3개월 동안, 또 11월부터 2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모은 금액이 235만2천800원이었다고 한다. 이것에다 폐 휴대폰을 모아서 마련한 기금을 합쳐 컴퓨터 3대를 구입한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올해까지 해피빈으로 마련한 컴퓨터가 무려 10여대다.

   
 

인터넷과거시험 석권

예전 태장1동사무소를 개조해 사무실을 만들고 20대의 컴퓨터를 설치해 놓은 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어르신들이지만 웬만한 문서작성이나 검색, 고단위의 태그, 스위시까지 젊은 사람 뺨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4년 어르신정보화경연대회를 시작으로 인터넷 과거시험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데, 작년 11월에는 '2011년 인터넷 정보탐방 및 스위시 맥스 영상제작 경연대회'에서 최승태(65) 님이 스위시 맥스 영상제작 부문에서 영광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김동수(88) 님은 2005년 처음 강원도 어르신인터넷과거시험에 참가한 이후 3년 연속 은상을 수상했으며, 작년에는 최고령 도전자로 또 한 번 과거시험에 도전하는 저력을 보였다.

모두 한마음으로 교육장 운영

정보통협은 지난 1994년부터 KT원주지사에서 전산교육장을 이용해 어르신 정보화교육장으로 활용했는데 지난 2009년 KT원주지사 리모델링 공사로 부득이하게 지금 교육장인 태장1동으로 이전하게 됐다. 이 교육장에서 연간 6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인터넷 기초, 정보검색 등을 배우고 있다.

"단축키를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문서를 작성 할 수 있어요"

돋보기를 쓰고 자판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강사의 가르침에 따르고 있는 어르신 학생들의 표정은 그 어떤 학생들보다 진지하다. 배운다 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지사. 잊어버릴만하면 다시 한 번 수강신청을 해 반복해서 배우는 어르신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고령 수강생 김동수 님도 조금 더 고난이도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날도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지난 2007년부터 초급반을 맡아서 가르치고 있는 박경수(65) 강사는 정보통협 회원이다. 이곳에서 배워서 지금은 훌륭하게 제자들을 키워내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하나씩 배워나가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경연대회에서 수상해 오는 제자들을 볼 때는 가슴이 뿌듯하다" 말했다.

태그를 가르치고 있는 김수업(83) 지부장은 "배움을 나누는 것은 기분 좋고 신나는 일"이라며 "노년의 긴 세월을 무료하게 보내기보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건국대와 상지대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다가 지난 78년 퇴직 했다. 지금도 월 20시간 정도 타 지역으로도 강의를 다닐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보통협의 온갖 굳은 일을 맡아 하고 있는 채의병(72) 님은 "노인정에서 놀기에는 80세 이상 어르신들의 눈치가 보이고, 집에 가만히 있자니 무의미한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이곳에서 컴퓨터를 배우면서 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일년에 두 번 정도 문화탐방을 다녀오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 강사를 초빙해 디카반을 운영하고 있어 현장 출사를 나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남숙(76) 강사는 무실동에서 6, 7번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다니며 강의를 한다. "교통편이 안 좋아 어려움이 있지만 배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모두 재밌는 일"이라며 목소리 가득 즐거움이 묻어 있다.

   
 ◇채의병(72) 사무장                               ◇김수업(83) 지부장

열악하긴 하지만 배울 장소 많았으면…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열정적으로 배움을 불태우고 있는 교육장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건물이 부실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내버스를 이용하기도 어렵고, 운영비도 늘 부족하다. 여름에는 에어컨도 한 대 없어 헐떡이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누군가의 희생이 없으면 교육장을 운영할 수가 없다. 강사진이나 교육생 너나 할 것 없이 합심해서 원활한 운영을 위한 모든 노력을 투자한다. 그 일 중 하나가 해피빈 모으기다.

날이 갈수록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젊고 건강한 상태의 세월보다는 노년이 길다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숙제다. 노후 준비는 연금과 같은 경제적 준비가 가장 우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가 어쩌면 더 중요한 숙제일수도 있다. 뾰족한 대책 없이 고령시대를 맞이하다보니 어르신들이 갈 곳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곳 정보화 교육장도 날이 갈수록 수강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침 8시만 되면 어르신들이 모여들고 하루 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김 지부장은 "열악하긴 하지만 이런 장소가 더 많은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배우고 싶지만 거리가 멀고, 장소가 없어서 못 배우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움은 행복'

한순자(76·학성동) 님은 "갑자기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생길 때 이곳에서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된다"며 좋아했다.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둘러보면 웬만한 프로들이 운영하는 카페보다 더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 놀랍다. 나이가 들수록 보는 것도 힘들고, 자판을 두들기는 속도 또한 더딜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나보다.

오프라인 교육장에서 배운 것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면 온라인상에서 맘껏 실력을 발휘하며 즐겁게 여가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노년을 재밌게 살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라는 마음이 든다.

박경수 강사는 "은퇴 후의 새로운 30년을 살아야 하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면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며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마음 놓고 언제 어디서나 배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것이 바람을 말했다.

갈 곳이 있고, 가면 반겨주는 이가 있고, 무엇인가 배우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삶에 큰 에너지라는 것을 이곳에서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다.

 【 수강생 모집 안내 】
▷자 격: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만 55세 이상 원주시민
▷입회비: 2만원
▷연간회비: 오전반 1만원, 오후반 2만원.

【 교육안내 】
▷오전반: 한글 및 인터넷 기초
▷오후반: 정보검색·문서작성, 태그, 스위시
▷문 의: 731-2699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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