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껴안고 있었던 우산동 시외버스터미널.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은 이등병의 발길이 처음 당도한 곳. 혹은 부푼 꿈을 앉고 객지로 향하는 젊은 청춘들의 열정과 꿈의 이정표가 되었던 곳. 원주의 모든 환희와 애정, 아픔과 상처, 역사와 기록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그곳. 기억하는가?

우산동 시외버스터미널을. 화려했던 모습 뒤로 한 채 이제는 퇴역한 노병처럼 세월의 바람만을 쓸쓸히 맞고 서 있다. 인간에게 생명과 죽음이 있는 것처럼, 건물도 수명을 가지고 있는 법. 우산동 시외버스터미널은 196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등재되지 못하는 운명을 지닌 유적이기도 한 셈이다.

터미널이 단계동으로 이전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단계동 시외버스터미널로 인해 원주로 진출입하는 차량의 교통이 원활해졌고, 원주의 이미지를 보다 깨끗하고, 건강한 원주로 발돋움하게 했다. 무엇보다 교통안전에 대한 사고예방은 원주시민으로서 느끼는 크나큰 감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生)과 사(死)의 자연 순리 속에서 생(生)만을 바라보고 사(死)를 돌아보지 못한다면 원주시민으로서 크나큰 과오가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터미널 기능을 다한 우산동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적이 있다. 그 모습은 필자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와 닿았다. (구)시외버스터미널이라는 간판을 달고 서 있는 모습은 초라하고, 황폐함을 넘어 위험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거부하는 있는 것 마냥, 도로 이곳저곳에 깨진 유리 파편들이 흩날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쓰레기매립장이 된 느낌이다. 건물 이곳저곳에는 누군가의 손을 거쳐 갔을 소주병과 술잔들이 즐비하다. 이곳저곳 마구 주차된 차량은 이곳을 우범지역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자연스럽지 못한 사(死)는 그만큼의 대가가 돌아온다고 한다. 원주시민 가슴속에서 훈훈하게 자리 잡아야 할 우산동 시외버스터미널이 혐오시설이 돼버려서는 안 되지 않은가? 다행히도 건물이 곧 철거된다고 하지만 이 문제는 원주시만의 해결 과제로 남겨서는 안 된다. 원주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생각해봐야 할 시민의식이기도 하다.

우산동 시외버스터미널 근처를 지나가다가 쓰레기가 보인다면 내 손으로 치우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필요하다.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이기적인 원주시민보다는 쓸모가 다해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유지한다는 훈훈한 원주시민이라는 호평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문제는 지금의 우산동 시외버스터미널 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원주시는 이러한 끊임없는 도시개발 과제들에 부딪힐 것이고, 그러할 때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문제를 푸는 방식을 몸소 익혀 실천한다면 원주시의 도시발전과 더불어 시민의식도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