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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뒤풀이를 보면서
2012년 02월 13일 (월) 장순일 원주문화원장 wonjutoday@hanmail.net
   
 

"점수라는 획일적인 덕목만 강조되는 오늘날의 교육현실에서 이런 지옥(?) 같은 과정을 참고 견뎌낸 후 해방감에 들떠 몸부림치는 이들의 광란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일 수 있으리라"

입춘이 지난 지 오래건만 아직 동장군의 맹위가 마치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배신감을 느낀 연인의 질투처럼 어딘가 독하고 싸한 분위기이다. 이런 날씨처럼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학교폭력, 한 여중생의 자살과 교사의 직무유기 논란, 볼썽사나운 폭력적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엄단과 경찰의 졸업식장 투입 등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상황들의 연속이다.

하나의 규범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무너져 내린 후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아노미상태라 한다. '졸업'이란 하나의 규정된 교과나 학업을 마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어떤 일에서든 그 시작의 모습은 어지럽고 무질서하며 오합지졸일 수 있으나 소정의 과정을 마친 후의 마지막인 졸업의 모습은 진중하고 엄숙하며 노련하고 질서정연한 풍경들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입학식은 오히려 긴장되고 질서정연하며 정돈된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서 모든 과정을 마친 엄숙해야 할 졸업식은 어찌하여 오합지졸에 무질서를 넘어선 아노미상태의 일탈의 극치를 보이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돼 상식이 거부되는 정반대 풍경이 벌어지는 걸까?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되어야 할 학생들에게서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면 분명 그 과정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 과정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숫자로 시작하여 숫자로만 끝나는 이상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철저히 배제된 엄격한 상대평가를 통한 우열의 질서를 매기기 위해서는 오로지 객관화가 가능한 요소들만으로 평가해야 하고, 소수점 이하 까지 계량화되는 철저하게 계산된 방식에 의해서만 저울질되다보니 흘리거나 놓치는 덕목이 하나 둘이 아닌 것 같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것이란 관점에서 입시지옥과 취직준비 기간 속에 철저하게 몰개성적인 객관적 평가만 요구되었고 이에 길들여지고 순응하면서 이런 교육현장이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답답했으면 그 과정에서 벗어나서 해방된다는 졸업이라는 단어에 열광하고 광란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는 것일까?

어떤 학생들이 학교를 교도소와 비교한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즐겁고 보람되며 의미 있는 청소년기를 보내지 못하고 지금처럼 철저하게 통제된 가운데 다양성은 실종되고 오로지 점수라는 하나의 획일적인 덕목만이 강조되는게 교육 현실이라면 일진회니 왕따니 집단 괴롭힘 속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며 고독 속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다가 끝내는 자살 등 불행한 일이 터지는 현상은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고 이런 지옥(?) 같은 과정을 참고 견뎌낸 후 해방감에 들떠 몸부림치는 이들의 광란(?)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공권력을 동원해 이런 행동을 감추려고만 하고 있다.

산행을 하다보면 가끔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이상한 마스크나 선그라스를 한 채 고개를 숙이고는 오로지 정상을 위해 내달리는 사람들을 본다. 이는 체력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흘려버리는 우매하고 안타까운 모습이다. 오감을 열어놓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와 함께 온갖 풍경들을 만나고 느끼며 즐기는 순간순간들이 산을 찾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이와 같이 학교생활도 시험의 지옥에서 벗어나 다시 본래의 가치를 찾아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즐거우며 재미있어진다면 졸업식은 헤어짐의 아쉬움에 눈물바다가 되고 학창시절의 추억에 교정을 떠나기가 힘들텐데…. 산을 오르는 과정이 얼마나 힘에 부치고 지긋지긋했으면 정상에 오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쓰러져서 몸부림들을 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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