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맑고 살기 좋은 고장은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다정한 일가친척, 이웃이 하루아침에 적이 되고 유언비어로 인해 무법천지가 되는 동네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우리 마을은 그렇게 두 동강이 나 버렸다.
원주문막반계일반산업단지가 조성 중인 문막읍 반계리와 취병리는 대대손손 농업을 이어오면서 생계를 유지해왔던 주민들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강원도와 원주시가 공업용지 부족을 이유로 마을을 공업지역에 편입하고 뒤늦게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등의 일방적인 행정 때문에 주민들은 문전옥답을 모두 헐값에 수용당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내몰리게 될 처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상(헌법제23조2항) 보장된 주민들의 정당한 보상 권리는 고사하고 지장물 소유자인 해당 관계인의 입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국토해양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강원도청)의 재결이 원주시와 사업시행자(한국산업단지공단)에게 통보되어 재조사로 이어진 상태다.
이렇게 중차대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 원주문막반계일반산업단지 주민대책위원회는 불합리한 행정절차에 대한 이의를 수차례 제기한 바 있다. 원주시 부시장과 대책위원회가 간담회를 마련하고 함께한 자리에서 박용훈 부시장은 "해당 입주민들의 지장물이 다수 누락된 상태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사건 민원내용에 대해 의견 및 권고를 발행하기 전까지는 수용재결을 진행하지 아니 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사업시행자의 일방적인 의견만 반영하였다. 독단적으로 감정평가사를 선임하고 또다시 수용재결 절차를 강행한다고 통보하는 행위는 시민들의 권익과 재산권에 피해를 주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로써 용인할 수 없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하는 사람들! 보상이 된다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기회에 한몫 잡으려는 심산이 아니다. 납득할 만한 보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새로운 땅에 정착하려면 시간만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에 협의와 합의점을 찾고 상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 옳다고 사려 되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정책은 시민들의 의혹과 사회적 불신만 심화시킬 뿐이다.
사람이 이 땅에 살면서 누려야 할 권리를 공평하게 관리하고 의무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도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도리가 어느 짬에 편의에 따라서 바뀌어 졌다. 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빈부 갈등과 유사한 갈등 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갈등을 배제할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보다 나은 공평성을 찾아주는 것이 지방자치의 통치이며 관리인데 원주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지역 발전이 중요하다지만 주민들의 삶은 더욱 더 중요한 일임을 원주시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 없는 국가가 없듯 시민 없는 시가 어찌 존재하겠느냐는 의미다. 행복추구권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우리 주민들의 주장이다.
"아무리 옳은 행정이라도 다양한 이해 당사자와의 합의를 우선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시민의 권리, 시민의 삶을 파괴하고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이는 비민주적이고, 반환경적, 반문화적인 범죄행위에 다를 바 없죠" 라고 말씀하신 반계리 주민의 목소리가 전해지길 바랄뿐이다.
|
wonjutoda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