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연합체육대회와 원주시민체육대회는 민선2기 시절인 1999년 각각 시작돼 민선3기 때 막을 내렸다. 2005년까지 7년간 치러진 고교연합체육대회는 당시 고교생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다. 학교별 대항전으로 치러진 체육행사와 응원전, 장기자랑은 학업에 억눌린 고교생들이 모처럼 끼와 열기를 마음껏 발산하는 자리였다.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학교간 다툼이 빚어진 일도 지나고 나니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고교연합체육대회에 제동을 건 이들은 학부모와 교사였다. 수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원주시가 상지대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을 원했지만 교사와 학교 동문회 임원들은 중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행사의 주인공은 학생들이었지만 원주시는 학교와 학부모 의견을 존중해 폐지했다.

원주시민체육대회는 2001년까지 3년간 열렸다. 관내 25개 읍면동에서 지역의 명예를 걸고 참가하는 시민 화합 행사였다. 2001년 행사가 끝난 뒤 개최된 평가회에서 원주시는 내년 예산을 대폭 늘리고 여성참가를 확대하자는 등의 의욕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읍면동 별 대항전으로 치러지면서 과열양상이 빚어지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원주시민 모두가 참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이 날이 아니면 25개 읍면동 주민들이 한 자리에 대거 모일 만한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시장이 교체되면서 막을 내렸다.

원주시민체육대회를 대신한 게 매년 가을에 치러지는 읍면동 별 걷기대회, 등반대회, 체육대회이다. 읍면동 별로 원주시가 약 600만원씩 지원해 작년까지 10년간 행사가 치러졌다. 하지만 10년의 역사 및 행사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퇴보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읍면동 별로 수십대의 자전거는 기본이고 TV, 김치냉장고를 비롯해 100점이 넘는 경품이 없으면 참가자를 모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읍·면에서는 체육대회를 열지만 동지역에서는 종목별 참가자를 구하지 못해 걷기대회나 등반대회를 열고 있다.

원주시가 예산을 들여 체육대회나 축제를 개최하는 궁극적 목적은 시민들에게 원주에 사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화합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고교연합체육대회는 고교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원주시민체육대회도 원주시가 일방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에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컨셉의 시도도 좋지만 10년 전 중단된 행사라 할지라도 시민들이 원한다면 개최하는 게 당연하다. 또한 이러한 행사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치 않다.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줄을 잡고 줄다리기 대회에 참가하는 '아름다운 지역감정'은 원주에 사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관중석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