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그렇게 한해가 저물어갔고, 임진년 흑룡(黑龍)의 새해가 밝았다.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보는 것은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을 가늠하며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다지기 위함이다. 지난 한해도 어김없이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 하였다. 국제면에서는 철옹성 같던 중동·북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이 분노한 국민들의 힘에 도미노처럼 무너졌고, 일본 동북부를 덮친 초대형 강진과 뒤를 이은 쓰나미가 1만5천8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한 극우민족주의자가 겨눈 총구에 77명이 사살되어 포용을 통해 세계문명을 이끌어 온 유럽 다문화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자본주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점령하라(Occupy)' 시위가 미국 주요도시와 유럽, 아시아로 번져 자본주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1세기 정보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상징되었던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에서는 구제역 확산으로 소 15만1천마리, 돼지 331만8천마리, 염소 8천마리 등 총 348만5천마리의 가축이 매몰 처분되었고, 한 여름 서울 우면산에 내린 집중호우는 16명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부실을 키운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철퇴를 맞았고, 광주 장애원생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영화 '도가니'로 재조명되면서 성폭행 처벌법이 바뀌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미달돼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치루어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안철수 씨의 도움으로 박원순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어 한국의 정당정치의 위기가 도래했는가 하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정상 서명 4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헌정사상 초유의 불상사와 함께 정치권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원주발전의 기폭제가 되었고, 올여름 전국 연극제의 성공적인 개최는 전국 연극계를 놀라게 했음은 물론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의 확대를 가져왔다.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어 온 원일로·평원로의 일방통행 실시로 교통선진화의 계기를 마련하였으나, '다이내믹 원주페티이벌'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수 년 동안 논란거리였던 여산골프장 조성사업과 지정폐기물매립장 조성사업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차례 약속했던 태장2지구와 무실4지구택지개발사업은 취소돼 지역주민에게 재산상 및 정신적 피해를 안겨주기도 하였다.

시간의 도도한 흐름 속에 역사는 반복되고, 그 역사의 환희와 위기는 외양만 달리한 채 우리에게로 다가올 것이다. 단지 역사적 성찰을 통해 내면의 세계와 외면의 세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이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의 몫일뿐이다.

임진년 새해! 다가올 시간들은 또 어떤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과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위기상황, 민생의 어려움, 한반도 긴장의 심화, 사회경제적 양극화, 계층·지역·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의 갈등과 분열의 표출 등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네 삶의 여정도 결코 녹녹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전개될 어려움과 위기는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발전하게 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희망의 새 아침. 지치고 힘겨워 넘어져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 비상(飛翔) 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새해에는 성장과 분배가 조화된 사회, 화해와 협력 그리고 소통과 배려가 일상화된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에너지를 모으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하루를 지내고 나면 더 즐거운 하루가 오고, 따스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 넘치는 올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